라면 업계의 신제품 전략이 변하고 있다. 과거 한 업체의 제품이 인기를 끌면 너도나도 비슷한 신제품을 내놨지만, 최근에는 '세상에 없는 라면'을 표방하며 개성 있는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한 베끼기 전략만으로는 정체된 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라면의 한계를 넓히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양하고 특이한 상품을 빠르게 선보이면서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그중 일명 '대박 상품'을 주력으로 밀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업체 간 희비는 엇갈린다. 후발 주자인 오뚜기와 삼양은 이색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반면, 농심은 이색 제품 개발에 실패하며 쓴맛을 맛보고 있다.
이색 신제품에 웃는 오뚜기·삼양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색 제품 출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오뚜기와 삼양식품이다.
오뚜기는 2015년부터 '진짬뽕'을 시작으로 '진짜쫄면' '춘천막국수' '콩국수라면' '팥칼국수' '쇠고기 미역국라면'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중 작년 3월 출시된 진짜쫄면의 경우 출시 이후 약 3개월간 1400만개가 팔려 나가며 치열한 여름 라면 시장에서 최고 히트작으로 꼽혔다.
같은 해 10월에 선보인 쇠고기 미역국라면 역시 액상스프와 미역·라면의 독특한 조합으로,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짜쫄면과 미역국라면은 특이한 제품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며 "올해도 꾸준히 이색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2013년 '불닭볶음면' 출시 이후 높은 인기를 얻자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짜장불닭볶음면' 등 불닭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의 효자 제품으로 등극한 불닭 시리즈는 2012년 4월 첫 제품 출시 이후 2017년까지 대략 10억1000만개가량 판매됐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미주, 유럽 등 60여 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지난해에도 이색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여 주목받았다.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수는 총 9가지에 달한다.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춘 '삼양라면 콰트로치즈'를 비롯해 '쯔유간장 우동' '참참참 계란탕면' 등 그동안 라면시장에서 보지 못한 제품이 대거 출시됐다.
이 중 중식 계란탕처럼 걸쭉한 국물이 특징인 참참참 계란탕면은 별다른 홍보도 없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한 달 만에 150만개 이상이 팔려 나갔다.
삼양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두 개의 인기 상품으로 끌고 갔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취향이 금세 바뀌고 있어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매대에 진열된 농심 해물안성탕면을 살펴보고 있다. 농심 제공
주춤한 농심…주력 상품 다각화로 '맞불' 이색 라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후발 업체들과 달리 업계 1위 농심은 주춤한 모습이다.
2015년 4월 '짜왕' 출시 이후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건면새우탕·양념치킨면·스파게티토마토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오뚜기·삼양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인기는 미미한 수준이다.
신제품 개발에 뒤처지면서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라면 시장 점유율은 농심 53.2%, 오뚜기 25.7%, 삼양식품 14.6%다.
점유율 추이를 보면, 삼양식품은 2016년 말 10.7%에서 지난해 상반기 14.6%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오뚜기는 25.2%에서 25.7%로 상승했다. 반면 농심은 2012년 65.4%에서 최근 53.2%로 6년 새 10% 이상 감소했다.
문제는 농심의 연구개발비가 다른 업체 대비 낮은 수준도 아니라는 데 있다. 공시에 따르면 농심이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간 1.1%, 같은 기간 삼양식품과 오뚜기는 0.3%대에 머문다. 농심 입장에서는 돈을 더 투자해도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인 셈이다.
코너에 몰린 농심은 익숙한 주력 상품의 다각화로 맞불을 놓고 있다. 작년 9월 '안성탕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해물안성탕면'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컵라면 전용이던 새우탕면과 튀김우동을 봉지면으로 패키지를 바꿔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