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황인범이 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폴리스 오피서스 클럽 훈련장에서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성용(뉴캐슬) 없이 치러야 하는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 파울루 벤투 감독의 '키(Key)'는 황인범(대전)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 만에 '중원 사령관' 기성용을 잃었다. 기성용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필리핀과 경기에서 후반 9분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했다. 기성용의 부상에 벤치는 물론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4년 전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오만전에서 부상당해 대회를 마감했던 기성용의 '절친' 이청용(보훔)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성용의 부상은 경미한 햄스트링 손상에 그쳤고, 일주일 정도 휴식과 치료를 병행하면 토너먼트에서 충분히 뛸 수 있을 예정이다. 문제는 기성용이 없는 일주일간이다. 일단 기성용이 오는 12일 열리는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회복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6일 중국과 3차전도 무리해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이 낙점한 '기성용 대체자'는 황인범이다. 벤투호의 새로운 황태자로 각광받는 황인범은 지난해 11월 호주 원정 평가전 2연전에서 맹활약하며 기성용의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다. 황인범은 필리핀전에서도 기성용이 부상당한 뒤 곧바로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고, 중원에서 공격을 날카롭게 풀어내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활기를 더한 황인범은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며 한국의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새해 첫 A매치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보여 준 부진한 모습을 깨끗이 씻어 내는 활약이었다.
경기 다음 날, 회복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황인범은 "먼저 기성용 선배의 부상에 대해 많이 걱정했는데 일주일이면 회복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 안도했다"며 부상당한 '선배' 걱정을 먼저 전했다. 이어 "선배가 편안하게 회복해 돌아오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이 없는 동안 대표팀의 중원을 지켜야 하는 중책을 맡은 점에 대해선 "기성용 선배는 어릴 때부터 내 롤모델이었다. 그래서 부상이 더 걱정됐다"고 말한 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선발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해 본 팀이고, 피지컬과 압박이 좋은 만큼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존경하는 선배의 부상으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게 된 상황은 아이러니컬하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황인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황인범은 "누가 대신 들어가든 희생해야 한다"며 "몇 분이 됐든 최선을 다해 100% 이상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욕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