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구마 의식을 소재로 걸출한 작품성을 뽐낸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가 시청자의 눈을 한없이 높여 놨다. '프리스트'는 기본 중의 기본도 충족하지 못한 완성도로 시청자의 뭇매를 맞았다. 천주교와 개신교도 구별하지 못해 신부가 '하나님'이라고 하고, 개연성 없는 억지 전개를 하는 것 등에 지적받았고, 시청률도 최저 1.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까지 떨어졌다.
그 와중에 6일 12회 방송 이후 '프리스트'가 갑자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집어 놓았다. 지금까지의 전개 중 75%에 해당하는 8회 분량이 극 중 연우진(오수민)의 무의식이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4회에서 레지던트 박정원(송미소)의 무의식에 들어가 정유미(함은호)와 한 키스, 박용우(문기선 신부)의 죽음, 연우진·정유미의 과거 인연 등 모든 것이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악령이 연우진에게 보여 준 꿈이었다.
시청자의 반응에는 온도 차가 있다. 한 시청자는 "4주 동안 속은 기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많은 사람이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을 언급했다. '파리의 연인'은 박신양과 김정은의 러브 스토리가 사실은 김정은이 쓰는 시나리오였다는 결말로 끝나며, '한국 드라마 역사에 남을 결말'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김은숙 작가도 후회하는 일 중 하나로 꼽을 만큼 파장이 어마어마했다. 그 때문에 '프리스트' 역시 작가의 만용이라는 시각이 있다.
"소름 돋았다"는 등 호평을 보낸 시청자들은 우선 박용우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또한 역십자가가 교구청에 놓여 있다는 점, 문숙(이해민 수녀)이 알려 준 수녀의 기도가 연우진이 믿는 하느님의 기도가 아니라는 점, 연우진의 파문 소식에 정유미가 기뻐했다는 점 등 연우진이 꿈속이라는 복선이 곳곳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탄탄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한 시청자는 "영화 '인셉션'의 한국 드라마 버전"이라며 신선한 발상을 높게 샀다.
특히 단 4회 만에 이를 수습하고 결말을 지어야 한다는 사실이 '프리스트'의 가장 큰 리스크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반전은 기획 단계부터 정해져 있었던 장치다. 무의식에서 펼쳐진 이야기가 앞으로 남은 전개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귀띔했다. 이를 잘 풀어 간다면 모험 정신이 빛난 드라마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한 방송 관계자는 "너무 큰 모험이었다. 이미 꿈이 나오는 8회 동안 시청률이 상당히 떨어졌다. 마무리를 잘하면 다행이지만, 못하면 시청자 뒤통수만 친 망작으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