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예능국의 인력 이탈이 심각하다. '1박 2일' 유일용 PD는 KBS에 긴 휴직계를 내고 거취를 고민 중이다. KBS와 KBS 계열사가 공동 출자한 콘텐트 제작회사 몬스터유니온 서수민 PD와 유호진 PD도 KBS를 떠난다. 서 PD는 독립해 새로운 제작사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유 PD는 이명한·나영석 PD가 있는 CJ ENM으로 이적한다.
몬스터유니온의 사업 구조 변화가 KBS 예능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 준다. 드라마와 예능 부문으로 나뉘었던 몬스터유니온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말 예능 부문 사업을 철수했다. 2016년 설립 당시에 세운 목표는 KBS 본사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콘텐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최고의 한방(2017)' '거기가 어딘데??(2018)' 등은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았지만 성적이 따르지 않았다. 2017년 매출액은 156억원(드라마 87억원·예능 69억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을 53억원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또 제작 예능이 대부분 KBS 관련 채널에서 방영되는 등 몬스터유니온과 KBS가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설립 목적을 잃었다. KBS의 쇄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많은 PD들이 등을 돌렸다.
KBS 예능국은 고인 물 중의 고인 물이다. '해피투게더4' 개편 사태가 이를 증명해 준다. 지난해 '해피투게더'는 11년 만에 새로운 시즌을 열었다. 그러나 단 일주일도 쉬지 않고 바로 시즌4를 방영했다. 당연히 개편이라고 할 만한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우 조윤희가 MC로 합류한 것과 흑역사를 발굴하는 코너를 신설한 것, 새로운 세트 디자인 외에는 시즌3와 똑같은 단체 토크쇼다. '이게 개편이냐'는 시청자의 비판 글이 게시판을 채웠다. 새 예능 개발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CJ ENM이나, 적극적으로 시즌제를 장려하는 MBC와 달리 KBS는 개편조차 기존 방식을 답습해 제자리에 머물렀다.
위 두 가지 이유가 KBS 내부의 문제라면 여기에 맞물린 외부 환경 변화도 있다. TV조선·채널A·MBN 등 종합 편성 채널(종편)은 2017년 재승인 당시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콘텐트 투자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았다. 이후 자체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실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예능 PD들을 영입하고 있다. 방송계에 따르면 종편은 파격적 조건으로 지상파 PD 스카우트에 나섰다. 금액뿐 아니라 제작 환경의 전폭적 대우를 약속하면서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PD들을 수혈 중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종편이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신선한 포맷의 예능을 편성하기 시작하면서 PD들도 종편 이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