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는 지난 7일 2019 UAE 아시안컵 C조 필리핀과 경기에서 멋진 터닝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제공
파울루 벤투호가 2연승에 도전한다.
한국 대표팀은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2019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 C조 2차전 키르기스스탄과 일전을 펼친다.
지난 7일 필리핀과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둔 벤투호는 2연승으로 조 1위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필리핀과 경기에서 고전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한다.
2연승과 분위기 반전을 위해, 당연히 골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황의조(감바 오사카)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그는 필리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예열을 마쳤다. 필리핀의 질식 수비도 황의조를 막아 내지는 못했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전에서 2경기 연속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득점왕에도 한발 더 다가서려 한다.
황의조는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9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우승을 이끌었고, 일본 J리그에서는 15골(득점 3위)을 몰아쳤다. 벤투호에서는 6경기 3골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소속팀과 아시안게임, A매치 등을 통틀어 28경기 25골의 경이적인 골 레이스를 펼쳤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2019년 첫 골의 주인공도 역시 황의조였다.
도대체 이런 득점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황의조는 많은 장점을 지닌 공격수다. 순간적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움직임, 어느 각도에서도 때릴 수 있는 슈팅 능력 그리고 문전에서의 과감성과 침착성을 두루 갖췄다.
많은 장점 중 지금의 '빛의조'를 만든 결정적 요소는 '움직임'이다. 황의조만 할 수 있는 전매특허 움직임이 있다.
이 움직임 속에는 우리가 몰랐던 '비밀'이 숨겨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동작이다. 한국 축구 수비의 최고 전문가에게 그 비밀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다.
그는 1990년대 대표팀 수비 라인을 책임지며 1994 미국월드컵·1998 프랑스월드컵에 출전했다. 또 일본의 간판 공격수 미우라 가즈요시의 전담 마크맨으로 유명했던,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였다.
지난 9일 대표팀 훈련장인 두바이 알 샤밥 알아라비 클럽에서 만난 최 부회장은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 대표팀에 정말 복덩어리가 들어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말한 '복덩어리'는 황의조다.
최 부회장은 "정말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되는 공격수가 들어왔다. 최근 무섭게 골을 넣고 있다. 황의조는 정말 좋은 공격수다. 앞으로 더 활발한 활약을 펼칠 것이다. 아시안컵에서 기대가 크다"고 극찬했다.
또한 그는 황의조의 득점 행진이 이어지자 '수비수 입장'에서 스스로 황의조 분석에 나섰다.
그는 "나도 황의조가 어떻게 많은 골을 넣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황의조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했고, 분석했다"며 "내가 수비수였지 않나. 수비수 입장에서 황의조를 마크한다고 생각하며 보니, 그만의 특별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의 눈에 포착된 것은, 수비수를 순간적으로 따돌리는 움직임이었다. 그는 "수비수의 시야를 벗어나는 움직임"이라고 표현했다.
최 부회장의 분석을 정리하면, 수비수가 공격수를 수비할 때 한정된 시야가 있다. 자신이 보고 있는 시야 안에서만 수비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격수가 수비수를 등지고 있을 때 그렇다. 그런데 황의조는 그 시야를 무시해 버린다. 시야를 벗어나 더 넓은 반경으로 움직인다.
시야를 벗어나는 움직임의 핵심은 황의조의 '큰 보폭'이다. 황의조는 보통 공격수들보다 보폭이 넓다. 다른 선수들이 두 발짝 움직이는 거리를 한 발짝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 빠른 순간 스피드를 더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 번의 빠르고 큰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것이다. 수비수는 예상을 벗어난 움직임에 당황할 수밖에 없고, 황의조를 그저 바라볼 뿐이다.
키르기스스탄도 황의조의 움직임을 분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황의조의 움직임을 파악하더라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움직임이라 실제로 맞닥뜨리면 순간적으로 당황해 놓칠 수밖에 없다. 눈치 채면 이미 황의조는 빠져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