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영에게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연기자, 복싱 선수에 이어 트럭 카체이싱이 가능한 유일한 여배우, 탁구 생활체육인,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도전을 이어왔다. 특히 영화 '언니(임경택 감독)'로 그는 여성 원톱 액션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사라진 동생 은혜(박세완)의 흔적을 찾아갈수록 점점 폭발하는 전직 경호원 인애 역을 맡아 주짓수와 카체이싱 등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대역도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이힐을 신고 원피스를 입은 채 직접 뛰고 때리고 맞았다. '아저씨'의 원빈, '성난황소'의 마동석과 함께 언급되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스크린 공략과 동시에 브라운관도 점령했다. KBS 2TV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화상 역을 연기하며 '언니'와는 정반대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마음껏 막 사는 캐릭터"다. '언니'에서는 건장한 남자 10명을 물리치는 무적의 언니로,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철없는 화상으로 자유자재 변신한다.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요샌 또 다른 취미에 빠져있다. 취미로 시작한 복싱으로 인천시청 실업팀에 소속돼 프로 복서가 됐고, 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복싱을 그만두나 싶었더니 이젠 탁구가 좋아졌다.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또 언제 국가대표 태극 마크를 달고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이쯤되니 더 도전할 것이 남았나 싶을 정도. 그러나 아직도 못해본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특수 레카차 면허를 따서 우리나라 모든 자동차 면허를 가지고 싶다거나, '언니'를 시작으로 더 거칠고 능숙한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거나, 더 좋은 아내 그리고 엄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취중토크 공식질문입니다. 주량이 얼마나 되나요. "술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주량이 세지는 않아요. 소주는 잘 못 마시고 맥주 두 잔 정도 먹어요. 신기한 건, 소주도 반 병 와인도 반 병 마셔요. 그런데 또 소맥은 좋아하고요."
-술버릇이 있나요. "술버릇이 특별히 있다기보다는,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정말 빨개져요. 그래서 너무 빨개지기 전까지만 마시려고 해요."
-'언니'로 '신의 한 수'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어요. "오랜만의 영화이지만, 부담보다는 기대가 더 커요. '언니'는 만들어진 지 꽤 시간이 흐른 작품이에요. 그래서 이미 2017년에 영화를 2번 정도 봤고, 2018년에 3번 봤어요. 계속 수정을 하던 단계라 매번 신경써서 봤어요. 그만큼 편집에 큰 노력을 기울인 영화에요. 수정하고 편집하면서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도 했고요. 개인적인 바람인데, 임경택 감독님에게 이 영화가 주 프로필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나요."
-어떤 결과를 기대하나요. "스토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액션에 많이 치중한 영화에요. 그래서 더욱 결과가 두려울 수 있는 작품이죠. 많이 긴장하고 있어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상이 안 돼요. 다들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액션 영화는 편집이나 촬영 같은 요소들도 중요하잖아요. 주어진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 했어요."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할 수 있겠어요. "99% 만족해요. 엄청난 제작비를 가지고 시작한 영화가 아니잖아요. 여러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의 희생이 필요했어요. 그런 걸 다 감안했을 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제목이 '오뉴월'이었는데 이시영씨 타이틀롤인 '언니'로 바뀌었어요. "원제였던 '오뉴월'이란 단어 자체를 요즘 젊은 층은 어렵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전 처음엔 '오뉴월'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서 '언니'가 와닿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영화 관계자들끼리 농담처럼 '영화가 잘 돼서 패러디가 된다면 언니가 훨씬 더 할 게 많다'는 이야기도 했어요.(웃음) 타이틀롤이기에 다른 영화에 비해서 부담감이 크긴 해요. 제가 원톱이기도 하고, 요새 좋은 액션 영화가 많아서 관객의 눈이 높아져 있잖아요. '언니'는 감정선이 단순한 영화에요. 복잡하지 않은데 끌고 가는 힘이 있다.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힘 하나로 가는 영화죠."
-스태프들과 흥행에 관한 이야기도 분명 나눴겠죠. "우리의 최종 목적은 손익분기점 돌파에요. 그래야 제작사도, 감독님도, 저도 그 다음이 있는 거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영화에요. 여자 배우가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영화이니까요. 그런데 환경이 열악했고,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쉽지 않았어요. 개봉하기까지 진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투자 같은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어요. 다들 '이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마무리할 때까지도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나요."
-여성 액션의 불모지 개척이라는 의미가 있는 영화네요. "그런 대단한 의미를 둘 수 있을까요.(웃음) 저에게 이런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면 속마음으로라도 '개척해야지'라고 생각할 수 테지만, 사실 기회조차 많지 않아요.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100% 대역 없이 연기해 화제를 모았죠. "이 영화에선 액션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액션에도 여러 장르가 있고 여러 방법이 있어서 선택을 해야 했어요. 이미 감독님과 무술감독님이 생각해 놓았던 방향이 있더라고요. 그 방향이 대역 없이, 전체 액션신을 '원신 원컷'으로 찍는 것이었어요. 제가 소화할 수 있다면 풀샷으로 액션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셨죠. '리얼한 액션을 위해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데, 혹시 할 수 있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처음엔 '할 수는 있는데 액션이 단조로워지거나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솔직한 걱정을 말씀드렸죠. 그래도 감독님이 일단은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시작된 거예요."
-대역을 불러놓고도 쓰지 않았다고요. "촬영 현장에 대역 배우가 있긴 했는데 중간부터는 아예 안 나오시더라고요. 처음부터 그럴 것을 알고 시작한 영화니까요. 찍으면서 스스로 욕심이 더 생기기도 했고요. 사실 대역이 있어야 액션신이 더 박진감 넘치게 나와요. 그래도, 전체적인 액션을 스스로 끌고 나가면서 나만의 호흡이 생길 수 있고, 나만의 캐릭터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런 욕심이 관객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해요."
-아이 엄마가 되기 전 찍은 액션 영화인데, 지금 다시 찍으라고 하면 가능할까요. "당연하죠.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어요. 또 다른 성격의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크고요."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