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나얀스타디움에서 2019 UAE아시안컵 C조 3차전 중국과 격돌한다.
두 팀은 모두 조별예선에서 2연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번 대결은 조 1위 결정전이다. 두 팀의 자존심이 걸렸다.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가야 비단길이 열린다. 피할 수 없는 승부다.
역대 전적은 한국이 33경기에서 18승13무2패로 '절대 우위'에 있다. 하지만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이 부임한 뒤에는 1무1패로 열세다. 그러기에 리피 감독은 '공한증'을 모른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이 이번에 공한증을 알려 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 경기를 앞두고 중국은 여론몰이에 나섰다. 중국의 '에이스' 우레이(상하이 상강)를 최선봉에 내세웠다.
우레이는 중국 축구의 최고 스타다. 그는 지난 시즌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서 21골(29경기)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가 득점왕에 오르자 중국은 열광했다. 우레이를 앞세운 상하이는 광저우 헝다의 독주를 막아 내며 중국 슈퍼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레이의 활약은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필리핀과 2차전에서 멀티골을 작렬시켰다. 중국 축구의 영웅이 등장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런 우레이를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비교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한국에는 손흥민이 있지만 중국에는 우레이가 있으니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우레이가 있으니 손흥민은 겁나지 않는다" 등 의견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우레이는 유럽 빅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선수"라는 다소 황당한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리고 우레이를 앞세워 연막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우레이가 어깨 부상을 당해 한국전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어깨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리피 감독은 "우레이가 한국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레이의 몸상태는 좋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지난 14일 중국 대표팀 훈련장인 아부다비 알와흐다아카데미에서 만난 중국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국은 우레이가 한국전에 출전하기를 원하나요? 출전하지 않기를 원하나요?"
이 질문을 수차례 반복했다. 한국 취재진은 크게 대응하지 않았다. 우레이의 경기 출전 여부는 중국의 큰 관심거리일 뿐이다. 한국은 우레이의 출전 여부가 궁금하지 않다. 경기에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이다.
아시아에서 한국 축구의 철학은 항상 똑같다. 상대가 누구든 한국 스타일로 가는 것이다.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인 '약체' 중국의 공격수에게 신경 쓸 이유도, 시간도 없다.
벤투 감독은 "우레이를 크게 염두해 두지 않는다. 우레이는 중국 대표팀 감독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한국 대표팀이 어떻게 준비를 잘 하느냐다. 우리 팀 상황에 대한 걱정을 한다. 중국에 어떤 선수가 나오든 한국은 그동안 추구했던 스타일로 상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최대 관심거리는 손흥민의 경기 출전 여부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살인 일정을 소화한 뒤 14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최근 한 달 이상 3일에 한 번씩 경기를 뛰었다. 피곤한 상태고, UAE 환경과 시차에도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손흥민이 중국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대표팀과 축구팬들의 모든 시선이 손흥민의 회복 속도에 집중되고 있다.
손흥민은 일단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3일 간격으로 경기하는 것이 익숙하다. 잘 회복하면 큰 문제는 없다. 몸 상태도 괜찮다. 선수라면 언제든지 경기에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아직 회복할 시간이 있다. 회복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전 출전은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감독님이 결정할 일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중국전에 결장할 경우도 생각하고 있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 출전 여부는 경기 당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손흥민과 우레이 모두 등번호가 '7번'이다. 중국은 각 팀의 에이스 등번호 7번의 맞대결로 몰아가려고 한다. 중국의 시선은 '손흥민 VS 우레이'다.
하지만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7번이라는 숫자만 우연히 같을 뿐이다. 등번호 7번 속에 들어 있는 무게감과 가치 그리고 영향력은 완전히 다르다. 우레이는 손흥민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한국은 두 선수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한다. 중국이 의도한 것이다. 그렇기에 중국의 시선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
한국과 중국의 등번호 7번의 맞대결이 아니다. 아시아 '넘버원' 선수의 중국 폭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