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화장품 기업 에이블씨엔씨의 행보가 거침없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PE)로 바뀐 지 1년여 만에 사세와 비교해 적지 않은 규모의 M&A를 이어 가고 있다.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덩치를 불리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는 폭넓은 인수 합병으로 종합 화장품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미샤'와 '어퓨'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수입 유통 기업 '제아H&B'와' 더마코스메틱' 화장품 업체인 지엠홀딩스를 인수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두 회사의 지분 60%씩 각각 552억원과 400억원을 넘겨받았다. 에이블씨엔씨는 남은 지분도 추후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인수한 업체 모두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기업들이다. 제아H&B는 2012년부터 색조로 유명한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스틸라' '부르조아' 등을 수입했다. 지난해 매출은 420억원, 영업이익은 130억원으로 비교적 건실했다. 두 브랜드 모두 색조에 강점이 있고 마니아층이 있어서 에이블씨엔씨의 색깔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이번 인수 합병으로 더마 라인도 함께 보유하게 됐다. 에이블씨엔씨가 함께 품은 지엠홀딩스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셀라피'를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다. 2012년 피부과 의사인 김지훈 원장이 설립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00억원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에도 코팩으로 이름을 알린 '미팩토리'를 인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에 매출액 3733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대에 머무른 것은 2011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브랜드 리뉴얼에 돈을 많이 썼다. M&A를 이어 가면서 곳간이 비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제아H&B와 지엠홀딩스를 매출 기준으로 각각 550억원, 3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들이 보유하는 유통 망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미샤, 어퓨 등 자사 800여 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에이블씨엔씨의 박현진 전략기획본부장은 "두 회사의 영업·마케팅·제품력에 에이블씨엔씨의 인프라가 합쳐지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단일 브랜드숍 미샤를 선보였던 에이블씨엔씨는 경쟁 심화로 순위가 3위까지 내려앉았고, 2017년에는 사모펀드 PE로 매각됐다. 보통의 사모펀드는 최대한 몸집을 불려 수익을 확대하고, 이를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데 관심이 많은 편이다. 간혹 그 과정에서 부실한 기업을 끌어안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 에이블씨엔씨의 미래를 의심스럽게 바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이번 인수로 당장의 실적 확대와 미래 성장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인수한 미팩토리·제아H&B·지엠홀딩스 등 새 식구들과 함께 진정한 종합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주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