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동명이인인 배우 만큼이나 유명해졌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극장가 관객을 '싹쓸이' 중인 영화감독 이병헌의 이야기다.
'극한직업'은 마약한 형사 5인방이 수사를 위해 잠복한 치킨집이 얼떨결에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지는 엉뚱한 사건들을 그린다. '스물'·'바람바람바람' 후 이병헌 감독의 세번째 작품. 지난 26일까지 개봉 4일 만에 21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1281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한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과 같은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류승룡·이하늬·진선규·이동휘·공명 5명의 배우 모두 제자리에서 이 감독이 설계한 캐릭터대로 움직인다. 지휘봉을 잡은 이병헌 감독은 다섯 악기를 잘 조율해 연주한다. 시나리오의 각색을 맡은 이 감독은 말맛을 살려 수다의 티키타카를 그려낸다. 첫 도전이라는 액션신도 흠 잡을 데 없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충무로에서 말맛 코미디의 대가로 이름을 높인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이 마무리될 때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첫 TV 미니시리즈인 JTBC '연애가 체질'을 연출한다. 쉬지 않고 일하는 그는 걸으면서도, 대화하면서도, 술을 마시면서도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
-시원한 'OK' 사인이 없어서 같이 일하기 힘든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지 않으려고 안 한 게 아니다.(웃음) 표현 자체가 워낙 (없는 편이다). 딴에는 엄청나게 크게 한 건데. 조금 더 리액션을 하려고 했는데. 다른 감독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 하하하."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있나. "첫 시퀀스다. 추격신이었는데, 그 시퀀스를 맛깔나게, 우리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정말 재미있게 뽑아내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111년만의 폭염이 왔다.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추격신은 굉장히 많은 카메라와 테이크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굉장히 제한된, 필요한 컷만 정확한 콘티를 짜서 찍어야했다. 감독의 눈으로 결과물을 보면 어설프다. 아쉬웠다."
-첫 시퀀스에서 이하늬의 볼살이 사정없이 흔들리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것이었다. "당연히 (허락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웃음) 찍으면서도 '이래도 되나.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볼살이 떨리지 않게도 찍어봤지만, 지금 버전이 더 인간적이고 재미있다는 평들이 모여 결국 결과물이 나온 거다. 찍을 대도 엄청 웃었다."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른 형사물과는 전혀 다르다. "그 부분에 굉장히 신경쓰며 작업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자유로워질 시나리오 상태는 아니었다. 여자 형사에 대한 전형성이 있지 않나.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거 같은 한계를 느꼈다. 그런데 이하늬가 나타난 거다. 이하늬를 캐스팅하니 그 배우로서 그냥 유니크해졌다. 이하늬라는 사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액션신을 처음 연출했다고.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배우들이 잘해줬다. 예상보다 고퀄리티로 나왔다. 처음 해보는 액션신이라 우려도 있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만족한다. 전에는 말로는 잘 떠드는데 액션 바보라고 스스로를 설명하곤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더라. 다음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어떻게 하는지 알았다."
-배우들의 현장 애드리브도 많았나. "애드리브가 꽤 있다. 이동휘가 적극적으로 애드리브를 쳤다. 영호라는 캐릭터가 가장 대사가 적고 그 안에서는 '정상적인' 인물이라 애드리브를 많이 하려고 벼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류승룡도 애드리브를 많이 한 편이다. 치킨집을 인수하는 장면에서 '전남편'·'예스' 등의 대사가 류승룡의 애드리브다."
-쓸데없는 한국식 신파, 혹은 인위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은 이유가 있나. "대중적으로는 그게 더 편하고 쉬울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그걸 잘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거부감이 든다. 내가 싫은 걸 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 영화에서 메시지가 아주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담백하게 건네는 편이 더 잘 전달된다고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