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을 지켜보는 한국 축구팬들에겐 꽤나 김빠진 결승전이 돼 버렸다. 59년 만의 우승에 기대를 걸었던 한국이 예상보다 이르게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아시안컵은 '남의 잔치'가 됐다. 그래도 일본이 이란을 3-0으로 제압했고, 반대쪽에선 사비 에르난데스를 제외하곤 거의 예상하지 못한 카타르가 결승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무대가 연출됐다.
오는 2월 1일 우승을 두고 맞붙는 일본과 카타르는 모두 다가올 '큰 대회'에서 실력 발휘를 꿈꾸는 팀들이다. 일본은 1년 뒤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개최국이고, 카타르는 2022 월드컵 개최국이다. 두 나라 모두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우승을 꿈꾸는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며 팀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세대교체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일본 축구대표팀의 '주축' 혼다 케이스케(멜버른 빅토리) 가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레스터 시티) 등이 모두 빠졌다.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해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도 '도쿄올림픽 준비'라는 명목하에 와일드카드 없이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려 결승에 오른 바 있다.
카타르도 2020 월드컵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귀화 선수들을 불러 모으고, 연령별 대표팀을 순서대로 거치며 조직력을 쌓아 올린 선수들을 바탕으로 A대표팀을 꾸렸다. 현재 A대표팀 사령탑인 펠릭스 산체스 감독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산체스 감독은 2013년부터 카타르 19세 이하(U-19), 20세 이하(U-20),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순서대로 거쳐 2017년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축구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데도 충분한 시간을 썼다. 탄탄한 조직력과 공수 양면에서 보여 준 안정감을 통해 6경기 16득점 무실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결승에 올라 아시아 축구계의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큰 대회'를 준비 중인 두 팀 중 어느 팀이 우승의 기쁨을 가져갈지 지켜볼 만하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사비의 예언이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레전드'이자 현재 카타르 알사드에서 뛰고 있는 사비는 지난해 말 카타르 TV 알카스에 출연해 아시안컵 토너먼트 진출 팀과 우승국을 예상했다. 여기서 그는 카타르가 한국과 8강에서 맞붙어 이긴다고 전망한 뒤, 카타르가 결승에서 일본과 만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두들 사비가 자신이 뛰고 있는 나라라 후한 평가를 했다고 과소평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의 말대로 카타르의 기세가 대단했다. 이제 남은 것은 사비의 결승 예상도 들어맞는지 여부다. 사비는 카타르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일 결승전에서 카타르가 일본을 꺾는다면, 사비의 예상은 예언이 되는 셈이다.
카타르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알 두하일)의 득점포가 결승에서 불을 뿜을지도 지켜볼 만하다. 이번 대회에서 8골을 몰아친 알리는 경쟁자들과 격차를 크게 벌리며, 이미 대회 득점왕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동시에 1996년 UAE아시안컵에서 8골을 기록, 역대 대회 최다 득점자로 기록된 알리 다에이(이란)와 타이 기록도 수립했다. 만약 일본전에서 알리가 골을 넣는다면, 다에이 이후 23년 만에 역대 대회 최다 득점자가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