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 빼면 시체'라는 말이 딱 걸맞는 하연수(30·유연수)다. 야무지고, 영리하고, 무엇보다 솔직하다. 여전히 2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동안 미모가 눈에 띄지만 어느 덧 데뷔 7년 차, 30대가 됐다. 그 사이 고민도 많았고, 나름의 슬럼프도 겪으며 배우 하연수로, 또 인간 유연수로 성장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때마다 놓치지 않았던 건, 변하지 않았던 건 바로 솔직함이다. 솔직함이 때론 손해로 남을 때도 있지만 솔직하지 않으면 하연수도, 유연수도 아니라는 것이 그녀만의 철칙. 질문하지 않아도 툭툭 튀어 나오는 TMI(Too Much Information)부터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어 취재진들로 하여금 되려 소속사 관계자들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배우.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하연수가,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면서도 재미있는 인터뷰를 완성했다.
-유호정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다. "영화를 보니까 내 얼굴이 참 신기하게 생겼더라. 꼬부기와 닮았다는 말을 듣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신기하게 나온 것 같다. 유호정 선배님이 과거 책받침 여신으로 유명하지 않았나. 미모가 워낙 출중하시기 때문에 내가 괜히 민폐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 내 생각보다 얼굴이 신기하게 나와서 더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도 유호정에게 칭찬을 들었다. "선배님이 워낙 성격이 좋고 배려가 넘치셔서 칭찬도 해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 잘 모르겠다." -원래는 채수빈 역할이 탐났다고. "맞다. 감독님께도 어필했다. 감독님이 기억 하실지 모르겠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빙글빙글 돌려가며 '아, 이게 더… 좋을 것 같은데' 하면서 이야기는 했다. 근데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웃음)"
-왜 채수빈 역할이 탐났나. "아무래도 현대물, 현재 시즌에 조금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학생 역할을 더 이상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뒷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더 공감이 갔다. 또 내가 아이를 낳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린시절 보다는 딸 역할을 더 잘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쨌든 장미 역할로 리딩을 했고, 연기하게 됐다." -노래도 직접 불렀다. "드라마 데뷔작이 뮤직드라마 '몬스타'였다. 그 때도 노래로 오디션을 보고 기타 역시 하나도 칠 줄 모르는데 준비해서 하게 됐다. 그때부터 어떻게든 노래를 했어야 해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가수처럼 잘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음치에 가깝기 때문에 장미 역할을 준비하면서 '해도 되는건가' 의심과 불안이 많았다. 감독님께서 잘 설명해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해낼 수 있었다." -감독은 어떤 스타일이었나. "화를 절대 안내신다. 온화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가끔 더 무섭다 생각 될 때도 있었는데(웃음)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진국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사실 내가 엄마한테도 잘 연락을 안 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걱정할까봐 연락을 안 할 정도다. 좀 무뚝뚝한 편이다.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 같은 것도 안 한다. 근데 감독님은 먼저 '연수야, 감기 걸렸다고 들었는데 괜찮니'라고 안부를 물어 주시더라. 챙겨 주셔서 감사했다."
-공감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영화를 찍으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눈물도 나더라. 영화 후반에 선배님들이 내레이션을 하는데 그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장 슬펐고, 공감도 많이 갔다. 여전히 무뚝뚝하긴 한데 이번엔 엄마한테 연락을 했다. 뜬금없이. 하하."
-70년대는 겪어보지 못했다. "사진, 자료로만 접하다 보니까 직접 피부로 느낀 분들에 비해서는 차이가 있다. 모르는데 아는 척 하면서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무뚝뚝한 딸이지만 고향 집에 내려가 엄마 사진을 찾아 봤다. 링 귀걸이에, 하이웨스트 바지. 힐을 신고 있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에는 이랬구나' 시각적으로 느끼고 현장에 갔다. 근데 정말 엄마가 입었던 옷들과 소품들이 준비돼 있더라. 세트장도 신기했다. 나팔바지가 안 어울릴까봐 걱정 많았는데 의외로 괜찮아 다행이었다." -이원근과 호흡은 어땠나. "원근이와는 데뷔하기 전 소속사가 같았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연기학원에 같이 다니고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먹는 사이였다. 원래 알던 사이어서 호흡 맞추기가 좀 더 힘들었다. 아예 모르면 배려하면서 하면 되는데. '야, 야' 하다가 로맨스를 찍으려니 쉽지 않더라. 게걸스럽게 햄버거 먹는 친구였는데, 데이트 하는 장면도 찍어야 하고 예쁜 척, 새침한 척을 해야 하니까 상황 자체가 어색하긴 했다. 하지만 해야 하니까 열심히 했다.(웃음)"
-키스신도 있었다. "맞다. 비도 계속 맞아야 했고 뭔가 연출적으로 잘 녹아 들어야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어색하긴 했다. 근데 원근이는 나와 원래 친구였다는 것을 말하기 싫었는지, 한 연예정보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그걸 숨겼더라. 포털사이트에 '하연수와 이원근의 호흡' 내용으로 뭐가 떠 있어서 '얘가 뭐라고 말했지?' 싶은 마음에 봤는데 되게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사이인 것처럼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인사했다'고 했더라.(웃음) 그래서 '얘가 왜 이러지? 원래 친구였는데 왜 이렇게 말했지?' 싶었다. 아마 영상을 보시면 뉘앙스를 아실 것이다. 원근이는 첫 회사에 있었던 대표님이 데리고 나가 일을 하고 있고, 샵도 똑같다. 전혀 모를 수 없는데 그렇게 말해 당황하긴 했다."
-연락은 하고 지냈나. "학원 다닐 때야 친했지 데뷔 후에는 회사도 달라지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연락 안 하게 되더라. 그래서 그랬나?(웃음) 영화 촬영 후에는 한 번씩 툭툭 하는 정도다. 내가 원래 가족, 친구들에게 연락을 잘 안 한다. 남자친구 없는지도 1년이 다 돼 가 정말 연락할 사람이 없다. 이번에 가족 시사가 있다고, 50명을 초대할 수 있다고 하길래 오랜만에 50명에게 연락을 했다."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한데 난 애초부터 주연이라 생각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유호정 선배님이 끌고 가고 난 과거 장면에 나오기 때문에 주연이라는 마음에 치우쳐 어떤 부담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작품도 운좋게 주연으로 시작했지만 '난 주연만 해야 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 작품은 신이 한 8개 정도 있는 조단역이기도 했다."
-오랜만의 스크린 컴백은 어떤가. "드라마는 급하게 진행되고, 영화에 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그 전까지는 계속 드라마를 했어야 했다. '전설의 마녀'도 40부작으로 길었고, 전작도 100부 이상 긴 호흡을 가져가는 드라마를 많이 했다. 영화는 오랜만이라 좋았고, 주변에 친한 언니들도 예고편을 잠깐 보고 '넌 영화 결이 좀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얘기해주셔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