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 빼면 시체'라는 말이 딱 걸맞는 하연수(30·유연수)다. 야무지고, 영리하고, 무엇보다 솔직하다. 여전히 2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동안 미모가 눈에 띄지만 어느 덧 데뷔 7년 차, 30대가 됐다. 그 사이 고민도 많았고, 나름의 슬럼프도 겪으며 배우 하연수로, 또 인간 유연수로 성장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때마다 놓치지 않았던 건, 변하지 않았던 건 바로 솔직함이다. 솔직함이 때론 손해로 남을 때도 있지만 솔직하지 않으면 하연수도, 유연수도 아니라는 것이 그녀만의 철칙. 질문하지 않아도 툭툭 튀어 나오는 TMI(Too Much Information)부터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어 취재진들로 하여금 되려 소속사 관계자들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배우.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하연수가,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면서도 재미있는 인터뷰를 완성했다.
-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 "내가 연기 전공이 아니다. 일을 습득해나가면서 해나가야했던 사람이라 항상 현장에서 부족하다 생각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신인들도 있었지만 연기 잘하는 선배들이 많이 계셔서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다. 내 주 전공이 그림이었고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슬럼프도 겪었나. "29살 때 진짜 우울했다. '이대로 서른이 되는 거구나' 싶었고, '별로 이룬 것도 없이 서른이 되나? 근데 꼭 이뤄야 하나? 난 뭐지?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29살을 보냈다. 집에만 있으면서 다치기도 했다. 접시도 깨먹고. 소소한 일들이 일어났다. '이게 아홉수인가? 괜찮은가? 나 이런거 안 믿는데' 식으로 불안한 29살을 보냈다."
-어떻게 극복했나. "한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땐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 원래 걷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이러지?' 싶더라. 어떻게 보면 멀쩡한 몸으로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 그 때 많은 생각을 했고, 나에 대한 기준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당연한데 소중한 부분들을 스스로에게 더 많이 리마인드 시켜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연기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다보면 자연히 힘든 시기가 있지 않나. 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해 '내 길이 맞는건가? 난 부족한 사람인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배우 하연수와 사람 하연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차이가 있으면 있는대로, 또 보여줄 수 있는건 보여줄 수 있는대로 맡기자' 생각했다." -배우 하연수와 사람 하연수는 많이 다른가. "일터에서는 낯선 분들을 많이 만나기도 하고, 결국 일을 받아서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귀를 기울이고 프로패셔널하게 해내는게 맞는 것 같다. 일상에서는 팔자 걸음으로 걸어다니고 애들이랑 장난도 많이 치고 자유롭게 날 놓아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인 것 같다. 연기할 때는 나를 다 버리고 그 사람이 돼야 하는게 맞지 않나. 그래서 더 일과 일상을 분리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 견뎌서.(웃음)" -여전히 고민이 많아 보인다. "그냥….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배우 타이틀 얻게 되면서 하연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봐 두려운 시기가 있었다. 하연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알려진 배우 하연수라는 이름 하나로 치부하는 것 같달까? 하지만 그렇게만 가정하기엔 내 자신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인
-솔직해서 손해를 보는 스타일인가. "글쎄. 일단 맞지 않은 옷을 입으면 숨막힌다. 절제된, 하고 싶은 말이어도 하지 않는 노련함? 유연함?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그게 필요하다 싶으면 침묵한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될 땐 낸다.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다. 만약 어떠한 문제가 있다면 감추고, 가식적으로 꽁꽁 싸매고, 포장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더 나 답다고 생각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같다. 뜬금없이 열애설 휩싸인 적도 있다. "정확하게는 열애설이 아니라 결혼설이었다.(웃음) 그 분은 원래 알던 사이고 정말 친한 언니의 지인이었다. 안 지는 오래됐다. 근데 해프닝이었으니까 내가 타격 받을 건 없었다. 지금은 결혼을 할 수나 있을까 싶다. 하하. 나는 진짜로 연애를 한다던지, 결혼을 한다던지 그렇게 되면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다. 물론 상대가 원한다면. 원하지 않으면 꽁꽁 숨겨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잘못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니까.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공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하지 않은지 1년이 됐다고 했는데 결혼설이 났을 당시 남자친구가 섭섭해 했겠다. "당시에는 만나는 사람이 없었다. 난 정말 바보같이 연애를 하는 스타일이다. 예전 남자친구가 바이크를 타던 사람이라 바이크를 사줬는데 20년 된 빈티지 바이크였다. 수리를 좀 해야 해 500만원 정도 썼다. 퍼주는 스타일에 뻥뻥 차이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20살 때부터 항상 차여왔다. 이유는 성격차이?(웃음)" -SNS 욱일기 논란도 정면 돌파했다. "다시 한 번 팩트를 말하자면 욱일기가 아니다. 그래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셔서 불편하셨을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욱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숨고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연히 한국을 좋아하고, 기부도 하고, 봉사도 하고 기본적인 소양은 지키고 있다. 때문에 사진 한 장으로 나라는 사람 전체가 평가 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 모두가 그렇듯이 좋아해 주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거니까. 무조건 '좋아해 주세요' 하기에 이 세상은 너무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존중한다. 보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해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본명은 유연수다. "내가 좀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몇 년간 말할까 말까 고민하긴 했는데 내 본명이 유연수인데 사실 이건 엄마 성을 따른 이름이다. 원래는 김씨였는데 엄마 성을 따라 유씨가 됐다. 써주셔도 되고 안 써주셔도 된다."
-본인은 어떤 딸이라고 생각하나. "다정한 딸은 아니지만,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되고 싶다. 엄마가 나의 어린 시절을 잘 지켜주셨으니 이제는 내가 지켜주고 싶다. 실질적 가장은 나다. 너무 TMI인 것 같긴 한데 우리 오빠는 우체부다. 정말 바쁘다. 쉬는 날도 없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 오빠도 자기 짝을 만나 언젠가 장가를 가야하지 않겠나.(웃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오빠 외모는 나와 닮았다. 어렸을 땐 내가 못생기고 오빠가 잘생겼는데 지금 살짝 전세 역전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하."
-레드벨벳 예리와 절친이다.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예리가 배려심이 넘친다. 어른스러워서 배울 점이 많다. 근데 또 아기 같은 면모도 있어 귀엽다.엄청 자주 만난다." -굉장히 솔직한 인터뷰였다. "멀리서 시간내 와 주신건데. '얘 상투적인 이야기만 하네?' 할 수 있지 않나. 인터뷰는 사전 준비도 특별히 하지 않는다. 질문에 대해 생각 안 하고 딱 들었을 때 바로 나오는 대답을 한다. 예전에 했던 인터뷰도 보면 '진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솔직하고 싶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