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에 카리스마를 더했다. 평범한 듯 하지만 터프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에 배우 특유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영화 '뺑반(한준희 감독)'의 엘리트 경찰 은시연으로 또 한 번 변화와 도전에 나선 공효진이다.
스릴러 '도어락(이권 감독)'을 흥행으로 이끌며 내공과 저력을 과시한 공효진은 '뺑반'에서는 전작을 통해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선보이려 노력했다. 작품과 캐릭터로 늘 변신을 꾀하는 공효진이지만 '사람 공효진'은 변함없이 털털하고 솔직하다. "저도 100억 작품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라며 꺄르르 지어보인 미소가 이를 반증한다. 공효진은 작품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또 스스로의 고민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털어놨다.
어느 덧 데뷔 20년 차. 숱한 대표작이 있지만 연기를 멈출 수 없듯, 나름의 고뇌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속내다. 누구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고, 때마다 칭찬 받았디만 '또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공효진처럼' 보이는 것이 강점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탈피해야 하는 숙제라 받아 들인다는 자기객관화까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공효진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대중의 흥미는 쉽게 떨어질리 없다. -'도어락'에 이어 곧바로 '뺑반'을 선보이게 됐다. "'도어락' 때는 내가 생각해도 되게 예민했는데, '뺑반'은 사실 그렇지 않다. 난 예민하면 폭식을 하는게 아니라 입이 짧아지는 편이다. '도어락' 땐 살이 쭉쭉 빠질 정도로 변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똑같다. 류준열, 조정석 등 두 배우와 뭐든 함께 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그랬지만 촬영도 덜 힘들었고, 개봉할 때 되니까 셋이 한다는게 편하긴 하다."
-시나리오에 끌렸나. "사실 시나리오는 좀 어려웠다. 예를 들면 경찰청장이 나쁜 사람인지 뭔지 잘 모르겠더라. 내가 사극을 결정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장르는 좋아하는데 시나리오 파악이 너무 어렵더라.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나리오도 꽤 어려운 시나리오였다. 인물도 너무 많고. 돌려 말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확실하게 받아들이지 못 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은시연 캐릭터에 끌렸나. "내가 과거 '품행제로'에서 나영이라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너무 즐겁더라. 소위 '짱'이라고 하는 역할이 재미있었다. 내가 날라리 연기를 잘하긴 했지만(웃음) 실제로는 진짜 날라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소심했다. 호주로 유학을 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학교를 다니고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남동생이 날라리라 '쟤가 저렇게 공부를 안 하니까 난 열심히 해야 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하하.
그 때도 그랬지만 약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타지적으로 그려놓은 짱 같은, 짱과 비슷한 인물들에 좀 끌리는 것 같기는 하다. 은시연도 등장인물 중 가장 카리스마가 넘쳤다. 뭔가 그런 신들이 좋더라.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 되게 멋진 척 선글라스를 끼고 내린 후 민재(류준열)한테 '야!'하고 소리지르는데 민재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던가, 허리에 손 올리고 '이거 치워, 압수해' 한다던가.(웃음) 연기로라도 그런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나. "당연하다. 감독님의 전작 '차이나타운'을 굉장히 잘 봤다. 이런 포맷의 영화에서 은시연 같은 역할을 주요인물 세명 중 하나로 만들어 놓은 감독임의 결정도 멋있었고. 음…. 그리고 부잣집에서 연기하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웃음)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최고 버젯이 40억도 안 된다. 솔직히 100억짜리 영화도 해 보고 싶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는 다른배우들에 비해 고생을 덜 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은시연 역시 입체적인 인물이지만, 다른 두 캐릭터에 비해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장 많은 회차를 찍기도 했지만 은시연이 바라보고 지켜보는, 은시연의 감정의 마무리를 해 주는 연출이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배우라면 민재 혹은 재철(조정석) 역할이 탐날 수 밖에 없다. 민재는 분명한 변화가 있고 성장이 뚜렷하다. 재철은 말을 더듬는다는 설정부터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악인이다. 그 사이에서 '시연은 가장 밋밋하지 않나?'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캐릭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여자 경위치고 냉철함이나 건조함이 특징이라 이 역할도 다른 캐릭터 못지 않게 눈에 확 들어올 것 같았다. 실제로 '저 언니 멋있다'면서 그렇게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