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구 인테리어 기업 한샘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2017년 '꿈의 숫자'로 불리던 매출 2조원 시대를 열며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상승세가 1년 만에 완전히 꺾였다. 한샘은 부동산 거래 침체를 원인으로 꼽는다. 주택 거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주방 가구 매출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작년 4분기에 가능성을 엿본 ‘리모델링 패키지’로 턴 어라운드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한샘은 지난해에 매출 1조9284억원, 영업이익 58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 6.5%, 영업이익 58.5% 감소한 수치다. 한샘은 창사 47년 만에 처음 작성했던 매출 2조원을 2년 연속 이어 가지 못했다. 영업이익도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업계 1위 기업의 체면을 구겼다.
예견된 부진이었다. 한샘은 작년 1~3분기 내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1분기에는 매출 4880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77.6% 줄었다. 2분기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48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67억원으로 18.6% 떨어졌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280억원과 142억원으로 18.8%, 71% 감소했다.
악재가 겹쳤다. 한샘은 2017년 말 '사내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피해자인 여직원이 사측 간부로부터 회유 등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 고객이 상당수인 한샘의 이미지도 떨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샘의 사내 성폭행 문제를 짚어 달라는 수십여 건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성난 여론의 기세에 밀려 한샘의 홈쇼핑 방송 일정이 연기됐다. 2018년 매출 하락은 당연해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도 한샘을 도와주지 않았다. 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 및 주택가격 현실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물건 매매도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 매매 거래량은 85만6000건으로 전년 94만7000건 대비 9.6%, 5년 평균 101만건 대비 15.2% 감소했다. 이사를 가지 않으면서 한샘의 주력 제품인 주방 가구나 인테리어 제품 판매가 둔화됐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다. 한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4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4699억원 대비 0.3% 늘어났다. 3분기 연속 하향하던 매출이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4분기 리모델링 패키지 판매 건수는 전 분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한샘 측은 "지난해 시장 여건이 어려웠으나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며 "올해는 경쟁력을 갖춘 '리하우스 패키지'가 본격적 성장세에 돌입하며 턴 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한샘은 기존 리모델링 제휴점의 대리점 전환을 통해 시공 품질 및 고객 접점을 늘릴 예정이다. 또 200~400평 규모의 한샘 리하우스 전시장을 2020년까지 5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격적 인수 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경쟁자 현대리바트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2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87억원 더 벌었다. 영업이익도 한샘보다 40억원 많았다.
현대리바트도 한샘처럼 리모델링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토털 인테리어 패키지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는 한편, 주방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가구 부문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샘이 자녀 가구 제품에 힘을 주듯, 현대리바트도 같다. 겉으로 보면 한샘의 방향성과 큰 차이가 없다.
한샘은 현대리바트보다 대리점 숫자 면에서 앞선다. A/S나 고객 접점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가구·인테리어 사업 강화를 목표로 현대리바트와 건자재 계열사 현대H&S를 합병한 바 있다. 합병으로 얻는 시너지 면에서 보면 현대리바트의 힘도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대규모 아파트 분양 시장이 열린다. 한샘과 리바트의 희비가 갈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