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연잉군 이금)는 13일 방송된 SBS 월화극 '해치'에서 한층 더 캐릭터와 일체화된 연기를 선보이며 극에 궁금증을 더했다. 그 중심에는 변화가 있었다.
타고난 왕재(왕의 자질)·멀끔한 외양·신기에 가까운 활솜씨까지 지닌 완벽한 왕자였다. 전날 마신 술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치른 과거시험에서 장원 급제했고 절체절명의 순간 빠른 판단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건마다 이금의 명석한 두뇌가 빛을 발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힘, 인간적 면모도 갖췄다. 냉혹한 현실 앞 비겁해지려 애써보지만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절대 외면하지 못했다. 잔인한 성정으로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르지만 노론의 뒷배를 가진 정문성(밀풍군)을 경멸했고 정직한 노영학(연령군)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천한 신분의 굴레는 그를 가뒀다. '왜 이리 사냐구요? 제가 너무 잘나서 이렇게 밖에 못살겠습니다. 무언가를 해 보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차라리 망나니라도 돼 보려는 것입니다'며 아버지 김갑수(숙종)에게 쏟아낸 정일우의 속내는 상처로 쌓인 응어리였다.
그랬던 정일우가 술 대신 꿈을 마시고 희망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갑수의 냉정한 눈빛과 비수 같은 말들은, 사실 아들 정일우의 능력을 안타까워한 부정의 표현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그러나 누구보다 아들을 애정했던 부정(父情)은 정일우의 변화를 이끌었다.
부자 독대 장면은 캐릭터와 일체화된 정일우의 연기로 꽉 채워졌다. 정일우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아픔을 토해내고, 처음으로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장면. 정일우는 섬세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로 이금의 고조되는 감정을 담아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이금에 슬픔에 이입한 시청자들은, 이후 보여준 정일우의 변화를 더욱 반기며 응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