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2018시즌을 마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다. 정규 시즌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에서는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그의 가치가 높아졌다. 당연히 그의 거취에 관심이 모였다. 그는 2보 전진을 위한 선택을 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준 뒤 가치를 높여 재평가받겠다"면서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1790만 달러)를 수락하며 잔류했다.
예년에 비해 안정감을 갖고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17시즌을 앞두고 참가한 스프링캠프는 부상 공백기 탓에 우려가 있었다. 2018시즌도 계약 마지막 해였기 때문에 부담을 안고 치러야 했다. 올해는 약 200억원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몸 상태도 좋다. 그의 재활을 도운 김용일 트레이닝코치는 "어깨 부상을 당한 뒤 계속 진행했던 재활 프로그램을 올해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선발진 진입 경쟁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숙제도 있다. 그를 향한 평가에는 항상 '부상만 없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내구성에 대한 우려를 지워야 한다. 류현진도 이에 공감한다. 그는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 "20승을 거두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실현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러나 이 발언의 의미는 따로 있다. 스프링캠프 첫 공식 훈련을 소화한 14일(한국시간)에 류현진을 만났다. 2019시즌 진짜 목표를 들었다.
- 시즌 첫 공식 훈련을 소화한 소감을 전한다면. "예년과 다르지 않다. 첫날은 항상 좋은 기운으로 훈련을 마친다. 그저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다."
-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는 커브 구사력 향상을 노렸다. 이번 캠프는 어떤가. "올해는 기존 구종, 내가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의 완성도 향상을 노리겠다. 새 무기 장착보다 기존 무기를 더 날카롭게 만들고 싶다."
- 그 가운데 더 가다듬어야 하는 구종이 있다면. "체인지업이 좋았을 때 투구 결과가 좋았다. 직구 제구력 향상도 필요하다. 직구가 잘 들어가야 모든 변화구가 효과적으로 통한다."
- 다저스가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을 영입했다. "좋은 포수다. 다른 투수들도 그의 영입을 반기는 것 같다. 다시 다저스로 돌아온 선수다. 다른 팀에 있을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 거취를 빨리 정했다. 시즌 준비에 도움이 됐나. "그건 아니다. 훈련 스케줄은 항상 준비한 대로 소화했다. 그저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 FA 시장으로 나가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데뷔 첫 시즌을 제외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구단의 퀄리파잉 오퍼에 기분 좋았다. 그래서 바로 수락했다. 현재 시장 분위기도 침체되지 않았나."
- 매니 마차도·브라이스 하퍼 등 대어 FA가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수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곧 계약하지 않겠나."
- 자신의 선택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 조건(몸값)을 차치하자. 다저스는 어떤 매력이 있는 팀인가. "항상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다. 그만큼 큰 의미가 없다."
- FA 자격을 얻고도 팀에 남거나, 이적 이후 돌아오는 선수들이 많다. 관련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모든 선수가 우승을 위해 운동한다.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에 소속된 것 자체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자부심이 있다."
- 헌터 펜스·폴 골드슈미트 등 상대 전적에서 열세였던 타자가 다른 지구로 떠났다. "솔직히 나에게 강했던 타자가 떠난 것은 반가운 게 아닌가. 모든 투수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 지난 시즌 이맘때는 매우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현재 마음가짐과 비교한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 공식 훈련 첫날도 예년과 비슷한 느낌으로 마친 것 같다."
- 한국에서 출국할 때 20승 목표를 내세웠다. 평소에 수치 목표를 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선언을 한 이유가 있다면. "20승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동반돼야 할 조건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일단 아프지 않아야 한다.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선발 로테이션도 꾸준히 소화해야 한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잘 치르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반드시 20승하겠다'는 선언은 아니었다."
- 20승을 위해서는 선발 교체 타이밍이 빠른 로버트 감독도 변수다. "내가 잘 던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