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 ‘그리스 괴물(Greek Freak)’이 떴다.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25)다. 키 2m11㎝인 그는 괴물처럼 호쾌한 덩크슛을 터트리는가 하면 택배처럼 정확한 패스까지 뿌려주면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밀워키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동부 콘퍼런스 1위(42승14패)를 질주 중이다.
아데토쿤보는 18일 샬럿에서 열리는 NBA 올스타전에 동부 콘퍼런스 주장으로 나선다. 올스타 대표팀은 팬과 선수·미디어 투표를 통해 선정되는데 그는 동부 콘퍼런스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서부 콘퍼런스 주장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다. 그래서 올 시즌 NBA 올스타전은 ‘아데토쿤보 팀’과 ‘제임스 팀’의 맞대결이 됐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디 알파벳’이다. 아데토쿤보(Antetokounmpo)라는 이름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그는 아프리카계다. 나이지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라고스를 떠나온 그리스 불법 이민자 출신이다.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아데토쿤보는 가난 탓에 형 타나시스와 함께 거리에서 시계와 안경·가방을 팔았다.
그런데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높이뛰기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재능을 숨길 수 없었다. 길거리 농구를 하던 아데토쿤보는 2012년 그리스 2부리그 필라스리티코스에 입단했다. 그리스는 20세 이하 농구대표팀에 뽑기 위해 그에게 그리스 시민권을 줬다. 이듬해인 2013년 NBA 밀워키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5순위로 아데토쿤보를 뽑았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큰돈을 벌었다. 2016년 밀워키와 4년간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받는 조건의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연봉은 2500만 달러(약 280억원). 그러나 여전히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않는다.
아데토쿤보는 올 시즌에도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평균 27.1점, 12.6 리바운드, 5.9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2013년부터 해마다 기록이 좋아지고 있다. 그는 별명처럼 괴물 같은 신체를 지녔다. 농구하기에 적합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은 2m20㎝고,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길이가 30.5㎝다. NBA 입성 후 키가 7㎝나 자랐다. 더구나 몸무게를 13㎏ 늘려 110㎏로 만들었다. 버티컬 점프(수직점프시 최고 타점)는 371㎝로, 림보다 66㎝나 높다.
게다가 어시스트도 2013년 시즌 1.9개에서 올해는 5.9개로 늘었다. 미국의 바스켓볼 레퍼런스는 아데토쿤보를 ‘포인트가드&슈팅가드&파워포워드&스몰포워드’라고 소개했다.
박세운 NBA 해설위원은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운 유형의 선수다. 3점슛이 약하지만 큰 문제가 안 된다. 골밑 돌파는 알고도 못 막는 수준이다. 올시즌 200개의 덩크를 성공해 역대 최다 신기록(2007~08시즌 드와이트 하워드 269개)에 도전 중이다. 프로 2년 차 시절 포인트가드의 잠재력을 알아본 제이슨 키드 전 감독의 지도 하에 경기운영 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공룡 센터’라 불린 섀킬 오닐(47)은 “수퍼맨이란 별명을 물려주고 싶다. 올 시즌 MVP(최우수선수)는 아데토쿤보”라고 극찬했다. 아데토쿤보는 지난달 11일 MVP를 경쟁 중인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과 맞대결에서 27점을 넣으면서 판정승을 거뒀다. 밀워키는 카림 압둘자바가 뛰었던 1971년 이후 파이널 우승이 없다. 아데토쿤보는 “내 꿈은 밀워키를 이끌고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