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판매한 승용차 및 레저용 차량(RV) 101만3259대 가운데 디젤의 비중은 34만2941대로 33.8%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디젤차 판매 비중은 2011년 22.0%에 불과했으나, 그랜저 등 신차 출시에 힘입어 2015년 41.9%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탈디젤' 흐름을 타면서 2016년 39.9%, 2017년 34.1%에 이어 지난해에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모델별로도 '탈디젤' 추세가 분명하다. 지난해 그랜저와 K7의 디젤 모델 판매량은 각각 3731대, 2019대로 2017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디젤차의 감소는 친환경 수요로 이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 8만5221대로 전년 대비 20.0% 급증했다. 현대차가 5만53대로 37.4% 늘었고, 기아차는 3만5168대로 1.6% 증가했다. 코나 일렉트릭이 1만1193대 팔리는 등 전반적으로 전기차가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현대·기아차는 디젤차 수요가 줄자, 판매 중단은 물론이고 심지어 단종까지 잇따라 감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쏘나타·i30·맥스크루즈 등 디젤차 모델 단종을 결정했으며, 기아차는 지난해 출시한 신형 K3에서 디젤 모델을 제외했다.
수입차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체 내수 판매 가운데 디젤이 차지한 비중은 41.0%로 2017년(47.2%) 대비 크게 감소했다.
폭스바겐의 배출 가스 조작 사태에 이어 지난해 BMW의 대규모 리콜 사태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올 들어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져 지난 1월 디젤차의 비중은 30.0%로 내려앉았다. 반면 지난달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라인업을 갖춘 도요타와 렉서스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24.0% 늘었다.
전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7.4%로 지난해와 비교해 2배 넘게 뛰었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SUV=디젤' 공식마저 흔들리며 '탈디젤' 추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해 말 테슬라 모델 X를 시작으로, 올 초 재규어 I-페이스가 이미 국내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연내에 아우디 'e-트론'·메르세데스-벤츠 'EQC'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적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디젤차는 가교 역할로 임무를 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