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과 행동주의 사모 펀드 KCGI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 한진칼과 한진그룹의 2대 주주로 올라선 KCGI의 주주 제안 자격 여부를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KCGI는 한진그룹이 제시한 중·장기 발전 방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격을 시작했다. 또 자격 논란을 앞세워 주주 제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한진그룹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향후 5개년 중·장기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하고, 지배 구조 개선 및 주주 가치 극대화, 경영 투명성 강화안을 제시했다. 한진칼은 2023년까지 22조원 이상 확대, 송현동 호텔 부지 연내 매각 추진, 사외이사 1명 확대 및 7인 이사회 체제 구성, 당기순이익의 50% 수준 배당 방안 등을 내놨다. 이는 지난달 31일 KCGI가 한진칼의 감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제외 등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에 대한 응답이었다.
그러나 KCGI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의 이 같은 방안이 "신뢰할 수 없는 미봉책이자 임기응변"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KCGI가 앞서 내놨던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KCGI는 "이사회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재호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한진칼이 밝힌 단순 매출 확대는 차입금 확대로 이어져 부채 비율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호텔·레저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라"고 밝혔다.
직원 복지 및 근무 강도 방안도 꼬집었다. KCGI는 대한항공의 여객 기재는 8년 사이 27%가량 증가했지만, 객실 승무원은 3% 증가에 그쳤다면서 "직원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현재 인건비의 10% 수준의 추가 인원 충원"을 요구했다.
KCGI의 강도 높은 비판은 이른바 주주 자격 논란 직후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업계에는 KCGI의 경우, 한진칼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 주주 제안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0.5% 이상 주식을 6개월 넘게 보유해야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상법상 규정(제542조의6)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KCGI 측은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 6주 전에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조항(제362조의2)을 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CGI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상법 규정상 6개월 보유 요건은 선택적 요건으로 이해되며,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라며 "만일 한진칼이 주주 제안을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지 않으면 소송 등을 통해 그 당부를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KCGI 주주 제안에 대해서는 추후 이사회에 상정해 법 절차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