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다. 더 좋은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 인간 관계는 자신과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만 깊게 맺는다.
그러나 다가올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주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NC는 지난해 최하위에 그친 수모를 털어내야 한다. 신축 구장 시대 첫 발을 잘 내딛는 시기다. 구단은 감독, 코칭 스태프를 개편해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클럽하우스 리더도 새 얼굴을 내세우며 발을 맞췄다.
다수 지도자가 "주장을 실력일 뒷받침 된 선수가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몇몇 신임 감독은 그 뜻대로 선임했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목소리에 힘이 있는 선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실력만큼 설득력을 갖춘 영향력은 없다. 나성범은 이 점에서 적임자다.
변수는 경험이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에도 주장을 해보지 않았다. 주포지션이 투수였다. 주장은 대체로 야수가 맡는다. NC 입단 뒤에는 실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선배가 있었다.
나성범은 그동안 그저 친분을 위해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성향은 아니었다. 그는 "나는 배움이 필요할 때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다가선다. 프로 선수에게 행동은 곧 의지다. 그러나 다가오지 않는 후배에게 애써 내 야구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조직 생활을 하는 다수가 그렇다.
그러나 이제 리더다. 전과 다른 접근의 필요성을 느꼈다. 스프링캠프부터 애써 동료에게 다가선다. 그는 "이전에 얘기를 많이 해보지 않았던 동료가 적지 않더라. 그냥 얘기를 한다. 주제가 꼭 야구는 아니다. 일상, 근황에 대해 나누며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고 했다. 주장을 하다 보면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한다고. 나성범은 일단 창구를 열어 놓으려 했다.
시즌을 치르는 자세도 달라진다. 나성범은 "그동안 '내가 해야 할 것만 잘 하자'는 생각으로 한 시즌을 뛰었다. 그게 팀 승리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봤다. 물론 차기 시즌도 개인 성적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동료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돌아보는 것도 소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장의 역할은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더 중요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나성범은 "선배가 후배들을 불러 모아서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안 좋은 말만 하는 모습을 아마추어 시절부터 싫어했다. 그런 방식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말만 한다고 좋은 선배는 아니다. 필요할 때는 쓴소리도 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시즌이 개막하지도 않았다. 나성범도 부담감 대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 임무에 접근하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이호준 타격 코치와 주전 2루수 박민우다. 나성범은 "팀 분위기가 침체될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할 수 있다. 그럴 때 이 코치님께 불어볼 수 있다. 든든하다"고 했다. 나성범의 4년 후배 박민우는 비공식 부주장이라고. 이미 주장과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하며 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성범은 메이저리그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해외 진출 도전을 노리고 있다. 다가올 시즌을 마친 뒤 구단이 동의한다면 포스팅을 통해 이적도 가능하다. 전제 조건은 실력 증명이다. 자신만 돌보기도 벅찬 시즌에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까지 맡았다. 나성범의 특별한 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