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수 업체 설빙이 중국 짝퉁 때문에 10억원에 이르는 돈을 뱉어 내게 생겼다. 2015년에 가맹 사업 운영권을 넘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중국의 한 업체가 "현지 브랜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설빙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2심 법원이 중국 업체의 손을 들어 줬다. 설빙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고법 민사38부는 중국 상해아빈식품이 설빙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 당시 설빙이 상해아빈식품에 중국 내 선출원·등록상표가 존재해 브랜드 영업표지를 등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았다.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뒤집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설빙이 유사상표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가맹 사업 운영권 계약이 중국에 유사상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1·2심 판결이 엇갈리자 설빙 측은 "2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인정되면 설빙은 상해아빈식품에 9억56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설빙은 억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중국 현지에 난무한 기상천외한 짝퉁 브랜드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는데, 10억원에 가까운 돈까지 내놓을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설빙 이름을 그대로 따 먼저 상표등록을 한 짝퉁 업체가 성업 중이다. 이 업체는 간판에 한글로 '코리안 신개념 디저트'라고 써 넣고 호객 중이다. 로고 역시 미세한 차이만 존재해 한국 업체 설빙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에서는 '설림' '빙설' 등 기발한 유사 브랜드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국내 다른 업체들이 먼저 등록한 유사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설빙’ 등록을 무효화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한류 열풍을 악용해 한국 브랜드를 현지에서 무단 선점하거나 위조 상품을 유통하는 등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진짜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선등록된 위조 상품 탓에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16년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서 타인에게 선점당한 우리 상표가 1000개가 넘고, 피해 기업도 600개 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화장품 '간판'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대표 브랜드 '라네즈'를 유통한 가짜 온라인 사이트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소송했다가 승소했다. 중국 법원은 해당 업체에 사이트 사용을 중단하고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사이트는 실제 라네즈 공식 홈페이지와 비슷한 도메인에 홈페이지 디자인까지 유사하게 꾸며 '보따리상' 등을 통해 세관 심사 없이 들여 온 제품을 판매하다 덜미가 잡혔다.
국내 기업이 중국 사이트 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모레퍼시픽이 최초다. 대기업보다 사세가 작은 설빙 같은 중소업체의 경우 법적 다툼을 벌일 여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 짝퉁이 너무 많아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크다. 아모레퍼시픽도 '짝퉁과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나"라며 "설빙의 경우 이름은 물론이고 심지어 '코리안 디저트'라는 한국어를 간판에 사용한다. 이런 짝퉁이 셀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