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목표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올 시즌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 줘야 한다는 절실함은 같다. FA(자유계약선수) 재도전을 앞둔 LA 다저스의 류현진, 우여곡절 끝에 재계약한 피츠버그의 강정호,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내야 하는 콜로라도의 오승환, 명예 회복에 나서는 텍사스의 추신수,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탬파베이의 최지만이 그렇다.
류현진은 스타트를 잘 끊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시범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13개. 무난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이 2월 안에 첫 시범 경기를 치른 것은 어깨 수술 이전인 2014년 캠프 이래 5년 만이다. 순조로운 페이스와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스프링캠프 소집일에 진행된 신체검사에서는 지난 시즌 막바지보다 몸무게와 근육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 없는 시즌'에 중점을 두고 겨우내 몸을 만든 결과다. 지난 시즌 류현진의 유일한 흠은 부상으로 세 차례 전열을 이탈했던 것이다. 그 단점을 지운다면 올해 말 FA 시장에서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강정호도 조짐이 좋다. 류현진과 같은 날 마이애미와 시범 경기에 처음 출전해 홈런을 연타석으로 터트렸다. 2타수 2안타 2홈런 2타점. 강정호가 2015년 이후 4년 만에 출전한 시범 경기였다. 빅리그 첫해인 2015년 3월 시범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강정호는 2016년에는 무릎 수술,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에서 일으킨 음주 사고 여파로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재계약에 성공해 처음으로 2월 실전 평가에 나섰고, 믿음직스러운 복귀 신고를 했다. 두 번째 출전이었던 27일 미네소타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클린트 허들 감독은 긴 휴식 이후에도 첫 실전부터 장타력을 보여 준 강정호에게 큰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강정호 스스로도 올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재기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오승환 역시 희소식을 전했다. 27일 클리블랜드와 시범 경기 4회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시범 경기 개막 이후 첫 등판이다. 첫 타자 트레이시 톰슨을 1루수 플라이, 두 번째 타사 브랜든 반스를 유격수 플라이, 마지막 타자 대니얼 존슨을 1루수 플라이로 각각 잡았다. 투구 수 13개 가운데 11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구위와 제구 모두 완벽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끝으로 콜로라도와 계약이 만료된다. 이후 재계약하거나 빅리그의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보다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예전과 같은 클래스를 보여 주는 것은 그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스콧 오버그와 셋업맨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 더 그렇다. 오승환은 올해 1세이브만 더 하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고지를 밟게 된다.
최지만도 이날 볼티모어와 시범 경기에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 내면서 시범 경기 세 게임 만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올해로 빅리그 진출 10년째를 맞는 최지만은 첫 풀타임 출장을 꿈꾼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본격적인 예열을 시작했다.
다만 이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경력이 가장 많은 추신수는 잠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어깨 통증을 느낀 탓에 캠프지를 떠나 텍사스로 돌아가 주사 치료를 받았다. 큰 부상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닷컴 텍사스 담당 기자는 "추신수가 주말쯤 지명타자로 경기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팀 안팎에서 인정한 구단 MVP였지만, 팀이 지구 최하위에 그쳐 고개를 숙였다. 텍사스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올해는 팀의 구심점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추신수의 엔진은 곧 다시 가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