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이서진은 특유의 보조개 미소로 드라마 '다모' '이산' '결혼계약' 등에서 인간적이고 로맨틱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여기에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등 예능에서도 젠틀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이서진이 지난 3일 종영한 OCN 토일극 '트랩'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설계한 악역으로 신선한 변신에 성공했다. 탄저균에 감염돼 흉측하게 변해버린 엔딩까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이서진이었다. 연기력 논란을 인생 캐릭터로 뒤집으며 통쾌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극중 국민앵커 강우현을 연기했다. 몇 년째 언론인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 앵커이지만,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며 인생의 나락에 떨어지는 인물이다. 초반부터 끔찍한 사건이 휘몰아쳤다. 아내 서영희(신연수)와 아들 오한결(강시우) 모두 죽음을 맞이한 것. 그런데 죽은 아들을 보고 오열하는 모습이나 아내의 토막살해를 알게 된 이서진(강우현)의 감정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극 중에 반전이 숨어있었다. 이서진이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소시오패스라는 사실이다. 이서진은 인터넷에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표정'을 검색해서 학습했고 감정을 가짜로 흉내 냈다. 말하자면 초반에 보여준 '발연기'가 연기였던 것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표정을 연기하는 소시오패스를 표현했고 진실을 모르는 시청자 입장에선 당연히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본색을 드러낸 이서진이 "그렇게 어색했나"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 장면은 안방극장에 전율을 줬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성동일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서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전 재산을 걸었다. 초반엔 연기력 논란이 일며 호언장담이 물거품이 되는 듯했지만 "중반 이후 반전에 집중했다"는 이서진의 말처럼 이 예언은 100% 들어맞았다. 이서진의 반전 연기에 힘입어 '트랩'은 2.4%(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로 시작해 4%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