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창민을 시작으로 FA 최대어로 꼽혔던 포수 양의지·최정·이재원은 무난히 계약을 마쳤지만, 이외 선수들은 2019년이 돼서야 소속팀을 찾았다. 연합뉴스 제공 '부익부 빈익빈'이다. 몸값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졌다.
내야수 김민성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끝으로 올 겨울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 15명 가운데 14명이 소속팀을 찾았다.
출발은 무난했다. 내야수 모창민이 지난해 11월 NC와 3년 20억원에 잔류 계약을 하면서 1호 계약자가 됐다.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의 주전 내야수 최정과 포수 이재원이 차례로 원 소속팀과 사인을 했다. 최정은 6년 106억원, 이재원은 4년 69억원이 계약 조건이었다. 이번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포수 양의지는 NC와 4년 12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내면서 역대 포수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싸늘하게 얼어 붙었다. 그대로 2018년이 끝났고,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둔 2019년 1월 말에야 새로운 계약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이전 FA 시장과 비교할 수 없는 헐값에 도장을 찍었다. 적지 않은 옵션이 포함돼 성적에 따라 실 수령액이 훨씬 줄어들 수도 있는 조건이 많다. 이전까지 웬만한 주전급 선수들이 첫 FA에서 보장받던 4년 계약도 옛날 일이 됐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선수들이 2~3년 계약에 만족해야 했다. 오래 줄다리기를 하던 선수들도 결국 구단 제시안을 받아들여 한 발 물러섰다. 대어급 선수들의 몸값은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준척급 선수들의 몸값은 폭락했다.
3월까지 계약을 못한 선수도 나왔다. 투수 노경은은 원 소속구단 롯데와 협상이 결렬된 뒤 한국에서 둥지를 찾지 못하고 미국 프로야구 도전을 타진하고 있다. 마지막 미계약자였던 김민성은 원 소속구단과 사인한 뒤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하는 방식으로 새 둥지를 찾았다. 김민성이 FA 미아가 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키움과 최대한 손실 없이 알토란 3루수를 영입하고 싶던 LG가 서로에게 합리적인 방법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원칙적으로 '선수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FA 제도의 취지와는 배치되는 방식이다. 소속팀이 절실했던 김민성에게는 사실상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동시에 FA 제도 손질의 필요성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최근 수 년간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던 FA 시장의 거품이 급격하게 잦아들면서 엄격한 보상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의 논리' 앞에 준척급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가 순식간에 좁아졌다. 올해 FA 시장은 일부 특A급 선수들에게만 유효한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각 구단들은 'FA 몸값 상한제'를 추진하면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FA 등급제 시행'을 당근으로 내걸었다. 최근 3년 동안 각 구단 선수 평균연봉 순위(연봉 순위 산정시 FA 계약선수 및 해외진출 복귀 계약선수 제외)에 따라 선수 등급을 A·B·C로 구분해 보상 선수와 보상 금액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C등급 선수는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00%만 받으면 이적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FA 제도 개선은 수 년 간 꾸준히 논의만 돼왔을 뿐 실질적인 변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FA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구단들은 시장 전체가 잔뜩 위축됐던 올 시즌에도 지난해처럼 뜻을 모을 수 있을까. 또 선수협은 어느 선까지 양보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