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의 돈을 향한 부푼 꿈부터, 위험한 유혹 속에 빠져드는 순간까지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조일현을 연기한 류준열은 부자를 꿈꾸는 이상과 실적 0원이라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한 절망,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과정의 조바심과 불안함, 성공이 주는 자신감, 자신을 쫓는 자들로 인한 갈등과 불안까지. 류준열의 A to Z라 불러도 좋을 만큼, 그의 가장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류준열은 67회차 중 60회차를 출연, 영화의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
여기에 조일현을 위험한 돈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번호표 역의 유지태는 첫 등장의 순간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이들의 불법적인 거래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 역의 조우진은 조일현의 주위를 맴돌고, 옥죄여 들어오면서 압박하는 등 팽팽한 트라이앵글을 완성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조일현이 살아남아야 할 정글이자 삶의 터전인 동명증권 동료들 또한 개성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배우들로 여의도 증권가를 풍성하게 채워냈다. 밝고 매력적인 배우 김재영은 조일현과 호형호제하는 의리의 입사동기 전우성을, 조일현의 상사이자 영업 1팀의 얼굴마담 변차장 역은 어느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역할에 동화되는 정만식이 맡아 웃음을 불어넣는다.
조일현의 동경심을 자극하는 박시은 역은 원진아가, 조일현에게 번호표를 소개해주는 에이스 유민준 역은 김민재가, 실적 제로이던 조일현을 걱정하듯 타박하고, 고실적의 ‘조일현’을 보호하는 영업1팀 김부장 역은 김종수가 연기해 현실감을 더했다. 조일현과 같은 작전에 참여하게 되는 증권사 부장 박창구 역은 신뢰감 있는 연기력의 진선규가 맡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박누리 감독과 제작진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여의도를 최대한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고자 했다. 최대한 가짜와 세트를 배제할 것이란 원칙 하에 프로덕션 디자인과 로케이션 헌팅을 시작했다. 서울 시내 무교동의 오피스타운 한가운데 비어 있는 600평 공간의 빌딩 한 층을 동명증권 사무실로 탈바꿈시켜 창밖 풍경까지 사실적인 빌딩 숲과 여의도의 빽빽한 마천루의 느낌을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박누리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여의도 직장인들의 출, 퇴근 시간에 맞춰 1년 여간 여의도로 직접 출근, 증권가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군의 전, 현직 사람들을 취재해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 담아냈다. 박누리 감독의 고군분투 여의도 탐구생활과 현존하는 증권가의 디테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제작진의 노력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