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현오(45)씨는 3년째 종합비타민제를 매일 먹는다. 원래 비타민제 등 건강보조제 효과를 믿지 않았는데, 지인들이 건강에 도움이 되고 40대부터는 누구나 챙겨 먹는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먹기 시작했다. 김씨는 복용한 지 얼마 안 돼 효과를 봤다. 평소 피로감을 잘 느끼고 하루나 이틀만 늦게까지 일해도 구내염에 걸리고 목이 부으면서 감기에 잘 걸렸는데, 종합비타민제를 먹고 난 뒤 이 같은 증상이 완화되거나 거의 사라졌다. 특히 구내염에 걸리는 횟수가 확 줄었고, 걸려도 금방 나았다.
김씨처럼 건강보조제로 비타민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 의약품이 아니어서 의사 처방을 받지 않아도 되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피로 회복이나 특정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제약사들도 이 같은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비타민 제품을 내놓고 있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느끼기 쉬운 환절기 봄철을 맞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비타민제는 무엇이고, 최신 트렌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가장 많이 팔린 일반 의약품 1위, 비타민제
비타민제는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 톱10에 2개나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 그 인기를 알 수 있다.
최근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8년 일반 의약품 매출 1위 브랜드는 일동제약 비타민제 '아로나민'이 차지했다.
아로나민 시리즈는 지난해 663억원의 매출을 올려 일반 의약품 중 판매고 1위를 기록했다. 아로나민은 2016년 이래 3년 연속 일반 의약품 브랜드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대웅제약 비타민제 '임팩타민 시리즈'도 290억원의 매출로 7위를 기록했다. 임팩타민은 2016년 187억원, 2017년 235억원 등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두 제품은 비타민B 성분을 중심으로 한 종합비타민제다.
'비타민 영양제'라는 말이 생소했던 1963년에 첫선을 보인 아로나민은 일반형 비타민에 비해 체내 흡수가 잘 되고 혈중 지속 시간이 긴 활성형 비타민B를 주성분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일동제약 창업자인 고 윤용구 회장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은 비타민이 부족해 각기병 등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보고 개발한 제품이다.
아로나민은 현재 연령대 및 성별에 맞춘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피로 회복에 특화된 '아로나민골드' 여성 피부 개선을 위한 항산화제를 보강한 '아로나민씨플러스' 눈 영양제 '아로나민아이' 고함량 비타민B 복합제 '아로나민이엑스' 노인의 뼈 건강을 위한 '아로나민실버프리미엄' 등이다.
임팩타민은 고함량 비타민제의 원조 격이다. 2009년 기존 활성형 비타민B1 성분을 두 배 이상 늘린 '임팩타민파워'가 출시됐다. '아로나민골드' 등 기존 비타민제의 기본 1일 2회보다 1일 1~2회로 복용 횟수를 줄였다. 하루 한 알만 먹어도 현대인의 고질병인 만성 피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히트를 쳤다.
임팩타민은 체력 증대 및 구내염 등 염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B 10여 종이 들어 있다. 비타민B 중 비타민B1인 티아민은 벤포티아민으로 구성됐다. 벤포티아민은 피로 물질인 젖산을 빠르게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종합비타민제 여전히 대세…온라인 몰·해외 직구 구매 1위
아로나민과 임팩타민에서 알 수 있듯, 비타민제 중에서도 종합비타민제 인기가 여전히 높다. 이는 소비자들의 주 구입처로 떠오른 온라인 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비타민 제품(비타민A·B·C·D·E·종합) 매출 비중을 살펴본 결과, 종합비타민제가 7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타민C가 16%로 2위, 비타민D와 비타민A·B·E가 각각 6%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2월에는 비타민C 상승 폭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전년 동기 매출과 비교했을 때 나머지 제품군은 상승 폭이 5% 미만인 반면, 비타민C는 매출이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C가 중금속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에 비타민C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한 해 티몬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타민제 1위는 유럽산 비타민 원료를 사용한 ‘트루바이타민’이었다. 2위는 동원F&B의 건강 기능 식품 브랜드 GNC의 '멀티비타민' 3위는 고함량 비타민C 제품인 '고려은단 비타민C 1000' 4위는 한화제약의 건강 기능 식품 판매사인 네츄럴라이프의 '얼라이브 비타민' 5위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센트룸 포 맨·포 우먼'이었다. 3위를 빼면 모두 종합비타민제다.
요즘은 해외 직구로 비타민제를 많이 구입한다. e커머스 업체 쿠팡 관계자는 "비타민 등 영양보조제를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관련 제품군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비타민제 역시 종합비타민제였다. 쿠팡의 해외 직구 코너인 로켓직구에 따르면, 인기 비타민제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종합비타민제다.
특히 4위를 제외하고 4개 제품이 모두 미국의 허브 건강식품 브랜드인 네이처스웨이의 종합비타민제 ‘얼라이브’였다. 얼라이브는 네츄럴라이프가 수입 판매하고 있지만, 직구 가격이 1만~2만원대로 저렴해 해외에서 직접 사 먹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 2년 연속 '올해의 비타민상'을 받은 얼라이브는 비타민B·A·C, 마그네슘 등 21가지 영양 성분과 브로콜리·당근·비트·차가버섯 등 54가지 보조 성분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A to Z 대신 원하는 성분을 조합한 비타민 선택 많아져
요즘 소비자들의 종합비타민제 선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경기도약사회 학술위원장인 김혜진 행복한약국 대표약사는 "과거에는 A부터 Z까지 모든 성분이 들어 있는 한 알의 비타민제로 만능의 효과를 보길 바랐다면, 요즘은 자신이 원하는 성분이 적절하게 조합된 영양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 to Z 비타민제 대신 비타민B군 고함량 성분에 항산화제가 포함된 영양제를 찾는다든지, 눈 영양제 중에서도 루테인이 포함돼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든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복합제를 원하는 등 특정 성분을 포함하면서도 복용 횟수나 복용 알 수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맞는 성분 조합을 찾다가 해외 직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약사는 "싸게 구입할 수 있고,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은 성분을 복용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해외 직구로 비타민제를 구입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작용 시 책임을 묻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김 약사는 "해외 직구로 구입한 제품의 경우 국내 식약처의 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검사 기준이 느슨한 건강 기능 식품 또는 기타 가공류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복용 이후 부작용 등은 어느 곳에서도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약사는 또 "서양인과 동양인의 비타민제 요구량이 다른 경우가 많아 서양인을 대상으로 만든 제품이 동양인에게는 최적의 성분이 아닌 경우도 많다"며 해외 직구 시 주의를 당부했다.
약사들은 비타민제를 선택할 때 가까운 곳에 있는 믿음직한 약국을 골라 약력 관리를 통해 적절한 비타민제를 추천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약사는 "입소문을 타는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본인에게도 꼭 필요한 영양 성분이거나 제품인 것은 아니다"라며 "기저 질환·복용 약물·성별·연령·체질에 따라 필요한 성분과 그 양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