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후발 주자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다. 쌍용차는 지난달 실적에서도 완성차 3위 자리를 공고히 하며 상승세를 이어 가는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여러 악재에 시달리며 월 5000대 판매선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내몰렸다.
신차 효과, 쌍용차 '질주'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내수에서 전년 대비 7.2% 늘어난 7579대를 판매했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 일수 축소와 자동차 판매 비수기에도 현대
·기아차에 이어 내수 3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특히 지난 1월 선보인 렉스턴 스포츠 칸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여 선방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달 341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9.3% 늘었다. 렉스턴 스포츠 1744대, 렉스턴 스포츠 칸 1669대를 판매했다.
베스트셀링 모델인 티볼리도 2960대를 판매하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쌍용차는 최근 출시한 신형 코란도를 앞세워 판매 증가세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8년 만에 완전 변경으로 돌아온 신형 코란도는 지난달 26일 출시와 함께 사전 계약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3000여 대의 실적을 올리며 성공적인 시장 복귀를 알렸다.
연간 판매 목표는 작년 3만 대로 잡았다. 업계는 대대적인 상품성 변화를 이룬 신형 코란도가 상대적으로 모델 노후화 위기에 처한 스포티지·투싼 등 경쟁작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신차 효과를 통한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내다본다.
쌍용차 관계자는 "설 연휴로 인한 조업 일수 축소에도 오픈형 SUV 시장이 커지면서 렉스턴 스포츠 판매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여기에 신형 코란도가 새롭게 출시된 만큼 강화된 라인업을 바탕으로 내수 판매를 더욱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GM·르노삼성, 나란히 '후진' 승승장구하는 쌍용차와 달리 한국GM은 지난달 내수 판매량이 5177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8%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철수설' 사태를 겪었을 당시보다 판매량이 더욱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와 노사 갈등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GM이 '신차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실적 부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한국GM은 출시하는 신차들이 경쟁 모델에 비해 비싼 가격과 한발 늦은 출시로 줄줄이 쓴맛을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중형 SUV 이쿼녹스는 비싼 가격에다가 4개월 먼저 출시된 현대 싼타페에 완벽히 밀렸다.
지난달 역시 싼타페는 6776대가 팔리며 한국GM의 전체 판매량을 넘어선 반면 이쿼녹스는 132대 판매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한국GM이 올해 출시할 예정인 대형 SUV 트래버스 역시 벌써부터 '출시 타이밍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현대차가 지난해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내놓았고, 올해 누적 판매 대수 1만2000대를 넘기는 등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출시 예정인 픽업 트럭 콜로라도 역시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와 얼마나 경쟁할지 미지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더욱 심각하다. 부정적인 대내외 상황에 봉착하며 완성차 꼴찌로 전락했다.
임단협으로 인한 파업에 판매 비수기 요인이 겹치면서 지난달 내수 판매량이 8.0% 줄어든 4923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의 내수 시장 월간 판매량이 5000대 이하로 밑돈 것은 2016년 2월 이후 3년 만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주력 모델의 노후화로 판매량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낮아진다.
올해 마땅한 신차도 없다. 마스터 15인승 정도가 상반기 대기 중이다. 사실상 현재 라인업으로 올해를 넘겨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노사 갈등까지 겹친 상황이다.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으나 노사는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금 인상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해 누적 파업은 총 42차례 160시간에 달하며, 손실 금액은 1700억원에 육박한다.
안민구 기자 an.mingu@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