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는 이정재의, 그리고 관객들의 로망을 실현시켜 준 작품이다. 데뷔 26년차 이정재로 하여금 미스터리 스릴러 정르에 도전하게 만들었고, 드라마틱한 분장도, 시대를 넘나드는 의상도 입지 않은 '멀쩡한(?)' 이정재를 무려 5년만에 마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과거부터 판타지까지 넘나들며 돌고돌아 버버리 코트를 챙겨입은 이정재는 한층 능청스럽고 여유로우면서도 깊어진 '이정재만의 분위기'를 작품에 녹여냈다.
늘 새롭고 신선함을 좇고,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 이정재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고 영화 제작의 꿈도 놓지 않았다. 무려 12년만의 안방복귀도 추진 중이다. 젊은 후배들을 보며 꼰대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그들을 통한 다름과 발전을 배우려는 노력은 이정재가 오랜시간 전성기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영화 팬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정우성과 이정재의 작품 재회도 '이정재라면 언젠간 반드시 해내지 않을까' 하는 신뢰를 동반하게 만든다.
-5년만의 현대극이다. 독특한 목사를 연기했는데.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지 않나. 하하. 시나리오를 다 읽고 느낀점은 신을 섬기지만 신에 대한 반항심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담배도 소심한 반항 중 하나다."
-보통 이러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해결사인데 박목사는 관찰자다. "영화를 보고 박정민이 연기한 정나한이라는 인물, 그 친구가 주인공이라고 받아들인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나한은 자기 믿음에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되고, 깨닫고, 바로잡기 위해 복수를 한다. 박목사는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 주지만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이 더 크다. 난 그 구조마저 신선하게 느껴졌다. 범죄 스릴러 장르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관찰자건 해결사건 안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나. 하하."
-그만큼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있었던 것인가.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은 이거구나'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들어갔다. 쌍둥이 자매, 정나한, 그리고 후에 등장하는 유지태 씨까지 '이 분들이 기가막힌 색과 소리를 내어준다면 하모니가 좋겠구나' 싶었다."
-뻔한 캐릭터를 지양하려는 것 같다. "사실 영화에서 나의 어떤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장면이나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현대극에서의 모습을 빨리 보여 드리고는 싶은데, 당시 받았던 시나리오들이 대부분 형사, 안기부 요원이 등장하는 작품이었다. 액션 비중이 많았다. 그 사이에서 '사바하' 시나리오는 눈에 띌 수 밖에 없었고 '내가 하면 꽤 재미있게 잘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흡족함을 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 보다는 '나도 관객도 재미있겠구나' 상상했던 것 같다." -직접 경험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는 어땠나. "영화를 본 몇몇 분들이 '궁금하지도 않은데 궁금한 연기를 뭐 그렇게 해? 놀랄 일도 아닌데 놀라는 연기를 하냐'고 하시더라.(웃음) 모든건 감독님과 상의 후 나온 결과물이다. 이게 얼마만큼 중요한 일이고, 궁금증을 전달해야 하는 수위인지를 다 계산했다. 평상시 연기했던 톤 보다는 과장되게 표현한 신들도 분명 있다. 현장에서도 느꼈고 적정한 톤 조절을 위해 찍고 또 찍는 작업을 반복했다. '확실히 이런 지점이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하더라. "그 신은 대사를 수정해서 다시 찍었다. 박목사가 어두운 아픔을 보이는 신인데 그 설정이 너무 지나치면 이야기를 끌고 가야하는 박목사까지 무거워질 것 같더라. 다른 캐릭터와 색깔이 너무 겹치기도 했다. 지루해보일 수 있겠다 싶어 수정했다."
-박목사도 기구한 인생이다. "그런 식으로 설정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선교 활동을 갔다가 사건을 맞이하게 되고, 돌아와 한참을 방황하다가 '진짜를 한번 만나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일이다. 감독님과 그렇게 잡아갔다." -이정재가 생각하는 박목사는 궁극적으로 어떤 인물인가. "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 목사이기 때문에,, 종교이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믿긴 하지만 본 적은 없는 것이다. 그러다 개인적인 큰 사건을 맞이하고 '보이지 않는 그 신을 내가 어떻게 믿어야만 하는가. 만나고 싶다. 묻고 싶다'고 끊임없이 되뇌이는 인물이다.
-'공기청정기'와 '아멘'은 애드리브인가. "하하. 아니다. 원래 시나리오 때부터 있었던 대사다." >>②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