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는 이정재의, 그리고 관객들의 로망을 실현시켜 준 작품이다. 데뷔 26년차 이정재로 하여금 미스터리 스릴러 정르에 도전하게 만들었고, 드라마틱한 분장도, 시대를 넘나드는 의상도 입지 않은 '멀쩡한(?)' 이정재를 무려 5년만에 마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과거부터 판타지까지 넘나들며 돌고돌아 버버리 코트를 챙겨입은 이정재는 한층 능청스럽고 여유로우면서도 깊어진 '이정재만의 분위기'를 작품에 녹여냈다.
늘 새롭고 신선함을 좇고,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 이정재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고 영화 제작의 꿈도 놓지 않았다. 무려 12년만의 안방복귀도 추진 중이다. 젊은 후배들을 보며 꼰대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그들을 통한 다름과 발전을 배우려는 노력은 이정재가 오랜시간 전성기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영화 팬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정우성과 이정재의 작품 재회도 '이정재라면 언젠간 반드시 해내지 않을까' 하는 신뢰를 동반하게 만든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소속사 운영을 비롯해 제작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사 경영은 전혀 관여를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연기에 관심이 더 많다. 지금은 대표 이사님도 따로 있어서 맡기는 편이다"
-영화 '남산'을 제작하기 위해 오랜시간 애쓰고 공들였다. "감독님들이 손 놓은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분은 '이 이야기가 시의성이 맞는지 좀 더 고민을 해 봐야할 것 같다'는 조언도 주셨다. 감독님들과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랐던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언급한다면. "그 중 하나가 멜로 시퀀스다. 크지는 않은데 작지도 않은, 중요한 신들이 세 개 정도 있다. 그 설정이 아주 매끄럽게 정리가 안 되다 보니까 과정에도 진척이 없다. 엔딩과 연결되는 스토리인데 그게 좀 잘 안 풀린다. 그걸 푸는 분에게 이 영화를 맡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멜로 잘하는 감독님 어디 안 계시나. 기다리겠다. 하하."
-다시 직접 멜로 연기를 해 볼 생각은 없나. "왜 없겠나. 핑계일 수도 있지만, 늘 하는 말일 수 있지만 멜로 장르의 작품이 정말 많이 없다."
-정우성과 함께 출연하려 기획했던 작품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안다. 같이 멜로를 해도 좋을 것 같은데. "둘이 한 여자 두고 머리 뜯고 싸워야 하는건가? 으하하. 맞다. 여러 편 있었다. 김성수 감독님과 '감기'가 나오기 전에 함께 하려고 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감기'를 예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되면서 밀렸고, 남배우 열 댓명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그것 역시 해당 영화의 감독님이 접었다.
그렇게 밀리다 밀리고, 기회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 덧 20년이 지났다. '외부에서 감 떨어질 때 기다리다가는 안 되겠다. 우리끼리 감나무를 심어서라도 따야겠다'는 마음에 함께 진행해 보려 했던 것들도 있는데 여의치 않더라. 여전히 준비 중인 상황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전작과 비교해 캐릭터의 직업군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어, 이거 영업 비밀인데.(웃음) 정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 웬만하면 했던 역할, 많이 봤던 캐릭터는 피하고 싶은 것이 모든 배우들의 마음 아닐까.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을 보면 여전히 형사가 많다. 스토리는 맨 마약 이야기다. 물론 비리 형사에 마약 이야기라도 재미있으면 할텐데 안 봐도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코미디는 어떤가. "확실히 당분간 코미디가 대세일 것 같다. 근데 난 코미디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웃음)" -올해도 열일을 예정하고 있나. "좋은 작품을 빨리 찾고 싶다. 그래도 상반기에는 차기작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