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정우성이 따뜻하게 돌아왔다. 선택에 1%의 의아함도 없는 작품이다. 지금의 정우성과 꼭 어울리는 영화 '증인(이한 감독)'이 250만 관객들에게 소소한 울림을 전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던 정우성인만큼 오랜만에 현실 정우성과 캐릭터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누구보다 자연스러운 어울림이다.
어떠한 부가적 이유없이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정지은 것도 딱 정우성답다. 기획적인 측면, 전략적인 판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덮는 순간 마음을 움직이면 전 해요" 자신이 느낀 감성을 관객들이 함께 느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한 정우성의 소망 역시 바람직하게 이뤄졌다.
청춘스타에서 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배우로 지난 20여 년간 정우성의 성장을 지켜 본 대중들은 정우성의 진정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우성은 연예인을 공인으로 칭하지는 않았지만, 익명성 없는 직업군으로, 대중에 의해 얻게 된 명성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우성은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물론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 적정 거리에서 객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도 있지만 기본적인 의식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미련하게 착할 필요는 없지만 '착하면 손해다'는 말은 굉장히 무섭다. 뚝심있게 지켜낼 수 있다면, 지켜낸 후 나오는 은은한 빛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온화하지 않을까."
-'증인'에 대한 만족감을 여러 번 표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개인적 만족도가 큰 영화였다. 때문에 완성된 작품을 볼 때도 그런 지점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의식은 안 하지만 상업영화가 갖춰야 할 규모감이나 여러가지 요소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배제한 상태에서 참여했다. '어떻게 보여질까'에 대한 긴장감이 달랐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내가 느꼈던, 그런 감성을 함께 나눠주신 것 같아서 한숨 놨다."
-왜 출연을 결정했나. "부가적인 이유는 없었다. 시나리오가 준 것이 전부였다. 기획적인 측면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난 원래 그렇게 작품을 선택하는 성향이 아니다. 시나리오를 덮는 순간 마음이 움직이면 한다. '증인'은 시나리오 덮자마자 '해야겠다'고 확정했다."
-어떤 점에 끌렸나. "캐릭터들간의 교감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지우가 순호에게 던지지만 곧 나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결국 스스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런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었다. 순수함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따뜻함이 발생한다. 그런 느낌들을 관객들도 느끼셨으면 싶었다. 둘이 만들어내는 교감 안에서 코 끝 찡한? 눈물을 강요하는건 아니지만 잔잔한 여운을 충분히 느껴주시는 것 같다."
-최근 강렬하고 센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는데 오랜만에 따뜻하고 순수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어색하진 않았나.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웃음) 일상의 풍요로움이라고 하지 않나. 일상 안에서 감정 표현이 더 자유롭고 풍요롭다. 장르적인 영화나 내가 연기한 이전 캐릭터들을 보면 상대방에게 내 감정이 들통나지 않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근데 일상 안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지우 같은 순수한 대상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풍부한 표현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 캐릭터를 다룬다. "인간의 몸이 참 신기하다. 정신이라는 것이 어떤 결핍이 있으면 결핍을 채우기 위해 다른 것들이 발달한다. 늘 밸런스가 맞춰진다. 적당한 발달을 이룬, 정상인이라는 단어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느 한 부분에 대한 결핍은 다른 부분이 극대화 된 '장애'가 아니라 '발달'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놀라운 사람들 발견할 때가 있지 않나."
-촬영 후 조금 더 배우거나 달라진 생각들이 있다면. "물론 한 부분의 발달이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일상 생활을 할 때 문제가 있을 수는 있어도 그보다 더 많은, 훌륭한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엑스맨'에 나오는 히어로들은 다 발달장애 아닌가. 한 부분이 극대화 된, 초능력화 된 것이다. 그런 생각도 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라면을 먹는 신이 인상 깊다. 엄청 더운날 촬영한 것으로 안다. "온도가 높아지면 화면은 예쁘다. 아름다움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하하. 사실 더위도, 추위도 화면에는 잘 안 담긴다. 그게 아쉽긴 한데 '증인'은 값어치 있는 영상을 수확한 것 같아 좋다."
-라면에 젤리는 어떤 맛인가.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다. 촬영할 때도 기분이 요상했다. 하하. 요새는 상업적 개념이 늘 결부돼 어떤 분들은 그 장면에 대해 당연히 PPL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아니다. 한창 몰입하고 있는데 PPL 때문에 다 깨져버릴 때가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떳떳한 영화구나' 번외로 혼자 뿌듯해 하기도 했다.(웃음)"
-법정신은 어땠나. "리허설을 할 때 감정이 올라와서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내가 대사를 잊은 줄 알고 조감독이 옆에서 대사를 쳐주더라. 쉽게 연기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부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다 보니까 산소가 모자라서 많이 졸리기도 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