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불문 무례했다. 뭘 위해 던진 질문들인지, 뭘 원해 내뱉은 말들인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건지 딱히 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저 무례했다. MBC와 왕종명 앵커는 애써 용기낸 증인을 존중하지 않았다.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고(故)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 및 재수사 촉구를 위해 공개 증언에 나선 윤지오의 인터뷰가 전해졌다. 윤지오는 생방송로 진행되는 뉴스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왕종명 앵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하지만 질문부터 문제였다. 왕종명 앵커는 윤지오에게 "오늘 재판에서 증언하고 난 뒤, 기자들을 만나 (고 장자연 사건의) 술자리 추행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연예인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인지 밝힐 수 있냐"고 묻는가 하면, "방씨 성을 가진 조선일보 사주 일가 3명과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을 언급했다. 여전히 공개 의사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생방송으로 돌아가는 뉴스에서 생방송도, 뉴스도, 자리도, 뭐 하나 익숙하지 않을 증인을 당황케 하려는 수작이 아니면 던질 수 없는 질문들이다. 답을 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일단 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계획이었는지, 그러다 용케 걸리면 '특종이다' 좋아하려 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은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다행히 윤지오는 침착하게 증언자로서 할 수 있는 말만 또박또박 전해 눈길을 끌었다. 윤지오는 "증언자로서 말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해당 연예인이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아시다시피 지난 10년 동안 일관되게 진술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미행에 시달리고, 이사를 한 적도 있고, 결국 해외로 도피하다시피 갈 수 밖에 없었다. 귀국하기 전에도 한 언론사에서 제 행방을 묻기도 했다. 오기 전에 교통사고가 두 차례나 있었다. 이런 정황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직접 겪은 상황까지 털어놨다.
이와 함께 윤지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이고, 그분들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저는 더 이상 증언자 내지는 목격자라는 신분이 아닌 피의자로 명예훼손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단 1원도 쓰고 싶지 않다"고 단호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종명 앵커는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 명단을 말하는 것과, 지금 이렇게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뉴스에서 이 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어쩌면 용기를 내서 장자연 씨 죽음에 대해 좀 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공개하는 것으로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냐"며 설득을 빙자한 무례한 언행을 이어갔다.
이에 윤지오가 "내가 발설하면 책임져 줄 수 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왕종명 앵커는 "저희가요?"라고 반문 하더니 “이 안에서 하는 것은 어떻게든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책임지지 못할 답변으로 뉴스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해결책도 없으면서 당연하지 않은 질문들을 무작정 던지고, 정작 되돌아온 너무나 당연한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변조차 하지 못하는 행동에 시청자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윤지오는 "안에서 하는 건 단지 몇 분이고 그 후로 저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검찰, 경찰에 다 일관되게 말했다. 때문에 검찰, 경찰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고, 공표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나는 일반 시민으로서, 증언자로서 내가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오는 현재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개인 경호까지 붙였다. 이미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증언자에게 그보다 더한 발언을 요구하는건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시청자들의 항의와 이슈에도 MBC와 왕종명 앵커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윤지오는 고 장자연 사건의 공개 증언자로, '고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을 비롯해 이달 말로 종료되는 과거사위 활동 기한 연장 촉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윤지오는 "이 사건을 단순 자살이 아니라고 보고 수사에 들어간다면, 공소시효가 10년이 아닌 25년으로 변경된다"면서 "이슈가 이슈를 덮는 정황을 많은 분들이 실감하셨을 테다. 이런 불상사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길 소망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