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야구의 계절이 왔다.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가 오는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린다. 잠실 두산-한화전·부산 롯데-키움전·광주 KIA-LG전·인천 SK-kt전·창원 NC-삼성전이 올 시즌 개막을 알리는 첫 경기다. 개막 2연전을 신호탄으로 각 구단은 팀당 144경기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 최종 승자는 SK였다. 정규 시즌을 2위로 끝낸 SK가 극적인 역전 우승을 해냈다. 두산이 정규 시즌 역대 최다인 93승을 올리면서 압도적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을 꺾은 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마저 넘고 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두 팀은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분류된다.
물론 야구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나긴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각 팀에 수많은 변수가 등장하고, 순위 표 맨 윗자리의 얼굴은 수시로 바뀐다. '왕조'를 구축할 것 같았던 팀이 손쉽게 자리를 내주기도 하고, 지난 시즌 한화처럼 만년 하위권 후보로 분류됐던 팀이 11년 만에 가을잔치를 치르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승팀은 하늘이 점지한다고들 한다. 우승 과정에는 분명히 객관적 전력이나 성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행운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리그 최정상 팀이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올해는 과연 어떤 팀이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버틸 수 있는 무기를 갖췄을까. 또 어느 팀이 가장 든든한 살림 밑천을 마련한 채 시즌을 시작할까. 2019시즌 개막을 기다리는 10개 구단의 올 시즌 전력과 전망을 팀별로 짚어 본다.
①한화, 한 경기 믿고 맡길 토종 선발진이 없네
11년 만에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한용덕 감독.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겨울에는 리빌딩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한화는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뤘다.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없이 내부 전력만으로 일군 성과였다. 구단 한 시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작성했고, 올 시즌도 시범 경기부터 많은 관중이 야구장으로 몰렸다. 취임 2년째를 맞은 한용덕 감독은 여세를 몰아 리빌딩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겨울 베테랑 투수들이 줄줄이 다른 팀으로 떠나거나 은퇴했고, 올 시즌 그 빈자리를 젊은 투수들이 채운다. 지난 시즌 한화 불펜은 평균자책점 4.28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올해도 양과 질에서 지난 시즌보다 업그레이드됐다는 기대를 받는다. 지난해 세이브왕 정우람도 건재하다. 다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주전 외야수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논란은 뜻밖의 악재다.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선수단 내부에 큰 동요가 없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다.
시범 경기에서 나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새 외인 서폴드(왼쪽)과 채드 벨. 한화 제공
새 외인 두 명과 젊은 투수 세 명, 변수 많은 선발진 지난해 탈삼진왕에 올랐던 키버스 샘슨과 시즌 중반 대체 선수로 영입돼 수준급 실력을 보여 준 데이비드 헤일은 모두 재계약에 실패했다. 한화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로 모두 교체했다. 둘 다 20대 후반인 데다, 바로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나란히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던 선수들이다. 서폴드가 오른손, 벨이 왼손. 나란히 시범 경기 성적도 좋았다. 서폴드는 SK전 한 경기에 나서 5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채드 벨은 2경기에서 10⅓이닝 7탈삼진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87를 기록했다. 정규 시즌에 어떤 모습을 보여 주냐가 관건이다.
국내 선발진은 변수가 많다. 지난해 한화가 발굴한 사이드암 선발 김재영과 2년 차 박주홍, 3년 차 김성훈이 선발 로테이션을 이룬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시범 경기를 통해 충분히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지만, 김재영 외에는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다는 게 불안 요소다. 한화도 일단 이들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대체 선발 자원도 준비해 놓겠다는 계획이다.
2019시즌 중견수로 전업한 정근우
정근우의 중견수 변신과 신인들의 반란? 정근우는 10년 넘게 국가대표 2루수를 맡았던 국내 정상급 내야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중반부터 외야수 겸업을 준비했고, 올해는 아예 중견수로 전업했다. 한 감독은 야구 센스가 좋은 정근우에게 1번 타자 중견수를 맡겨 외야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정근우의 주력이 전성기 시절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한화 내부에서는 가장 빠른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올해 FA 계약을 하고 한화에 남은 이용규는 주전 좌익수로 내정됐지만,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거부한 탓에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내야에서는 신인 노시환의 쓰임새가 새로운 관심거리다. 한화 내야는 김태균·이성열·송광민·강경학·하주석·정은원 등 베테랑부터 유망주까지 다양한 선수가 포진해 이미 포화 상태다. 여기에 올해 2차 1라운드 지명 신인인 노시환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타력을 갖춘 데다 발까지 빠른 편이다. 3루와 1루 수비도 신인답지 않게 노련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한 감독은 이미 "노시환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내야수의 또 다른 신인 변우혁도 한화에 새 바람을 일으킬 주역으로 기대를 모은다.
②두산, 무거운 박세혁의 어깨와 불펜 변수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에도 우승 후보다
아쉽게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했다. 지난해 두산은 정규 시즌 93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리그에서 유일한 6할대 승률로 압도적 모습을 보였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 그러나 SK에 무릎을 꿇으면서 2년 연속 KS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아쉬움이 남은 결과였다.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우승 후보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FA(프리에이전트) 이적을 선택해 작지 않은 공백이 발생했지만, 나머지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특히 김재환이 버티는 중심 타선은 상대 투수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오재원·김재호·허경민으로 이어지는 내야도 탄탄하다. 신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대한도 시범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 백업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마운드는 불펜이 관건이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이용찬 등이 맡은 선발은 걱정 요소가 크지 않다. 그러나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곽빈이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 중인 계투진은 변수가 꽤 있다. 오프 시즌 동안 영입한 권혁은 육성선수로 계약해 5월 1일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오른어깨 통증으로 우려를 낳았던 박치국의 개막전 합류가 가능한 것은 희소식이다. 주축 불펜이 돌아오기 전, 시즌 초반을 어떻게 보내냐가 중요하다.
양의지의 이적으로 안방마님 자리를 이어 받은 박세혁. 두산 제공
박세혁의 존재감 양의지 이적은 악재다.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다른 팀이라면 엄청난 손실이다. 그러나 박세혁이 빠르게 배턴을 이어받았다. 2012년 입단 이후 양의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포수 아베 신노스케(40·요미우리)와 함께 괌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는 등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그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사실이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2년 1군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시즌 100경기 출전 기록이 없다. 가장 많은 경기를 뛴 2017년에는 237타석(97경기)을 소화했다. 규정타석(446타석)과 격차가 꽤 있었다. 갑작스럽게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양의지의 대체자라는 주변 시선을 이겨 내지 못한다면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백업 자원이 탄탄하다. 삼성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이흥련을 비롯해 장승현·최용제 등이 박세혁의 뒤를 받친다.
지난해 두산 불펜에서 고군분투한 함덕주.
불펜의 버티기 지난해 두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13으로 리그 5위였다. 2017년 1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었다. 마무리 함덕주가 27세이브를 기록해 2016년 이현승과 1984년 윤석환이 달성했던 두산 왼손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종전 25세이브)을 갈아 치웠다. 고군분투했지만 전체적인 불펜 중량감이 떨어졌다.
올해도 악재는 있다. 김강률과 곽빈이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 출전이 어렵다.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할 게 유력했던 '선발' 장원준은 2군에서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시범 경기를 통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 준 최대성, 지난해 9월 상무에서 제대한 윤명준 그리고 양의지 FA 보상선수로 영입된 이형범 등의 어깨가 무겁다. 기존 베테랑 이현승·김승회 등과 함께 역할을 나눠 이탈한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③지난해 233개…올해도 SK 홈런 태풍은 무섭다
SK 염경엽 신임 감독은 2년 연속 팀의 KS우승을 노린다.
막강한 '홈런 군단'의 위력이 여전하다. 지난해 SK는 역대 KBO 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2위에 해당하는 팀 홈런 233개를 쳤다(최다 기록은 바로 직전 시즌에 SK가 스스로 세운 234개다). 제이미 로맥·한동민·최정까지 역대 최초로 30홈런 타자 3명을 배출했다. 이제 홈런은 SK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이자 가장 확실한 득점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30홈런 트리오에 또 다른 강타자들을 앞세워 대량 득점을 노린다.
SK는 지난해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쳤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정규 시즌 우승팀 두산을 꺾고 우승해 기세를 올렸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2연패다. 우승 전력도 고스란히 유지했다. 내부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최정과 포수 이재원을 모두 붙잡았다. 지난 4년간 SK 유니폼을 입었던 에이스 메릴 켈리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염경엽 신임 감독은 지난 2년간 SK 단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팀 안팎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2년 만에 프로야구 사령탑 복귀를 앞두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올 시즌 100%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다짐한 김광현.
김광현의 두 번째 전성기는 올까 김광현은 2017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지난 시즌 마운드에 복귀했다. 구단은 에이스의 왼쪽 팔꿈치를 보호하기 위해 등판 간격과 투구 이닝을 철저히 조절했다. 그 결과 김광현은 성적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을 뿐, 25경기에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올해는 김광현이 풀타임으로 가동되는 실질적인 첫 시즌이다. 주 무기였던 직구와 슬라이더에 커브와 스플리터 비중도 점점 높이면서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로도 낙점됐다. 마지막 연습 경기인 지난 17일 인하대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점검을 끝냈다. 많은 전문가들은 '건강한 김광현'이 올 시즌 최고 투수 자리에 다시 올라설 것으로 점친다. SK도 에이스 김광현의 완벽한 부활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켈리 대신 영입한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은 키가 203cm에 달하는 장신에,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공을 던진다. 아직 구위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지만, 팀은 새로운 에이스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언더핸드 선발 박종훈과 선발 3년 차에 접어든 문승원도 이들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이룬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한 김태훈이 2019시즌 주전 마무리 투수로 나선다.
약점이었던 뒷문, 새 얼굴들이 일으켜 세울까 불펜은 지난해 SK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팀 평균자책점은 4.67로 1위였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이 5.49로 6위에 그쳤다. 올해는 소방수와 필승조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다. 지난해 마당쇠 역할을 했던 김태훈이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나선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된 선수다. 염 감독은 "김태훈이 한 시즌 동안 뒷문을 책임질 것이다. 실패가 있더라도 끝까지 지켜보겠다"며 그에 대한 믿음을 표현했다. 염 감독이 전 소속팀(키움) 시절부터 눈여겨본 김택형도 필승조로 낙점했다. 또 다른 필승조 멤버 정영일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전 합류가 불발됐다. 그 자리에는 해외 유턴파 신인 하재훈과 박민호·서진용·강지광 등이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마지막 약점을 지우기 위한 SK의 테스트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