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신임 회장이 25일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년 만에 새 회장을 찾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새로운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선수협은 지난 24일 롯데 이대호(37)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선수협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각 구단 연봉 1~3위 선수 30명을 후보로 올리고, 프로야구 선수 전원을 상대로 회장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올 시즌 KBO 리그 최고 연봉 선수인 이대호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새 회장으로 뽑혔다. 선수협은 "전체 프로야구 선수 투표에서 이대호가 선수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선수협은 2017년 4월 3일 전임 회장이던 이호준 현 NC 코치가 승리 수당 부활 요구와 관련한 문제로 사퇴한 뒤 수장을 찾지 못한 채 2년 가까이 표류했다. 여러 차례 새 회장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물망에 오른 후보들이 늘 난색을 표했다. 과거 선수협이 안팎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데다 '고액 연봉자들의 권리에만 신경 쓰는 귀족 선수협'이라는 비난도 여전히 거셌던 탓이다. 하지만 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올 시즌에는 꼭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선과 최저 연봉 인상을 비롯한 선수들의 권익 관련 현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산적한 문제들을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선수협은 "새로 선수협 회장이 된 이대호는 뛰어난 야구 실력과 풍부한 경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단합시키고 선수들의 권익 향상과 KBO 리그 발전에 필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기대했다.
이대호 스스로도 무거운 책임을 실감한다. 그는 선임 다음 날인 25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시기에 선수협 회장을 맡게 돼 떨린다. 구단과 잘 협의하고 선수협 이익만 챙기기보다 팬을 먼저 생각하는 회장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선수협 회장은 진통을 여러 차례 겪었던 자리다. 연봉 순으로 회장 후보가 결정되고, 최고 연봉자가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 사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외부인들도 많다. 이대호는 그런 우려를 하나씩 지워 나갈 생각이다. 그는 "선수협 회장은 쉽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후보 문제도 있고, 심사숙고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며 "전체 선수들의 의견을 잘 모아 사안들을 결정하겠다. 특히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나 2군 선수를 위한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도입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선수협은 과거 각 구단에 승리 수당 부활을 요구하면서 '팬사인회 불참'을 볼모로 삼았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전임 회장이 사퇴한 결정적 계기기도 하다. 이대호는 이와 관련해 "선수협 회장은 선수·구단·팬도 생각해야 하는 자리"라며 "야구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잘 하고, 사인회를 비롯해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KBO 리그 레전드자 선수협 초대 회장이었던 고 최동원 동상에 헌화하는 의식을 치렀다.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대호는 앞으로 2년간 선수협 회장으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