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기대작이다. 한정훈 작가의 대본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구멍이 없다. 다만 가장 큰 장벽이 있다. 바로 주연배우 최시원이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 파크볼룸에서 KBS 2TV 새 월화극 '국민 여러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최시원·이유영·김민정·태인호·김의성·김정현 PD가 참석했다.
최시원은 지난 2017년 10월 키우던 반려견이 이웃 주민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때문에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앨범 발매와 콘서트 등 슈퍼주니어로서 가수 활동은 했지만 드라마는 '국민 여러분!'이 처음이다. 최시원은 "저와 관련된 모든 일, 관계된 모든 일에 대해서 더욱더 주의하고 신중하고 조심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던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2년 전 일이지만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인 만큼 작품성이나 연기력보다도 얼어붙은 대중의 마음을 녹이는 게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최시원(양정국)은 사기꾼 집안에서 나고 자란 베테랑 사기꾼으로 단 한 번도 경찰에게 잡혀본 적 없다. 그런데 첫눈에 반해 결혼한 이유영(김미영)이 알고 보니 열혈 경찰이다. 게다가 최시원에게 사기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앞세워 등장한 사채업자 김민정(박후자)은 "살고 싶다면 국회의원에 출마하라"며 최시원을 인생 최대 위기로 몰아넣는다.
최시원·이유영·김민정·태인호를 비롯해 김의성·유재명·양동근·전석호등이 베테랑 사기꾼·열혈 경찰·미스터리한 사채업자·스마트한 정치 신인·노련한 3선 국회의원·각양각색 사기꾼으로 분하며 작품에 개성을 불어넣는다. 여러 직업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모두 입체적이라 캐릭터 플레이를 보는 재미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OCN '뱀파이어 검사' '나쁜 녀석들' '38사기동대'를 쓴 한정훈 작가가 집필했다는 점이 신뢰도를 높인다.
김정현 PD는 "현실이 더 드라마 같다. 그래서 최근에 더 이런 드라마가 성에 안 찼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은 사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사기꾼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게 만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잘못된 일을 할 때 정당한 처벌이나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흔히들 '내가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데 그런 의미의 드라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 드라마에선 한발짝 멀어져서 관찰하는 느낌이거나 주인공들이 그런 부조리한 현실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사기꾼이라는 설정에서 할 수 있는 범위나 영역이 커진 것 같다. 조금 더 자유롭게 현실을, 정치 세태를 풍자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판타지를 보여주고 싶진 않고 어떻게 하면 현실을 같이 인식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지 중간을 잡으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PD는 최시원·이유영에 대해 "캐스팅할 때 배우와 캐릭터에 의외성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며 "최시원 같은 경우 유연한 면이 있다. 사기꾼이 다양한 직업,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데 얘기를 나누고 디렉션을 주면 눈치가 빠르고 정확히 의도를 알고 연기에 반영을 바로 해준다. 이유영은 찍으면서 놀랄 때가 많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를 할지 더 기대될 정도로 엉뚱함이 있고 귀엽다. 경찰, 형사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굳어진 이미지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깨질 것 같다고 확신한다"고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유영은 코믹한 장르에 도전하는 소감으로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봤다. 김미영이라는 인물이 엄청 코믹한 캐릭터는 아니다. 상황이나 행동이 웃긴 거지 제가 나서서 코믹한 연기를 해야하는 건 아니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 또 단막극으로 밝은 작품을 했을 때 스스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미니 시리즈로 밝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여서 스트레스도 안 받고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시원은 '그녀는 예뻤다' '변혁의 사랑' 등에서 코믹한 역할을 잘 소화했지만, 비슷한 캐릭터가 반복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관해 최시원은 "이번에는 많은 분이 생각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중점을 뒀다. 코믹한 부분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다. 폭 넓게 상황에 맞게 집중을 했기 때문에 다른 느낌일 거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밝혔다. "한정훈 작가님의 대본에 많은 것이 잘 표현되어 있다. 대본대로만 열심히 연기하면 괜찮겠다 싶을 정도다. 특별한 노력보다는 대본 위주로 작품에 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