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흥국생명 이재영(23)이 2018~2019시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재영은 1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 시즌 여자부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총 29표를 싹쓸이했다. 더불어 이날 베스트7 투표에서도 레프트 수상자로 뽑혔다. '쌍둥이 동생' 이다영(현대건설)까지 베스트7 세터 부문을 수상해 기쁨은 두 배였다.
이재영 MVP만 5개 수집
늘 해맑게 웃던 이재영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 꼴찌하면서…"라며 울컥하자,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이재영은 "지난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나쁜 길로 안 빠지게 도와준 박미희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코치님과 동료들에게도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2016~2017시즌에 이어 개인 두 번째 MVP를 품에 안았다. 만장일치 MVP였다. 프로 단체인 한국배구연맹이 그동안 MVP 투표 집계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따로 보관하지 않아 '최초의 만장일치 MVP' 수상 여부인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MVP 수상에 이견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압도적 활약을 펼쳤다는 의미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역시 '최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재영은 만장일치로 MVP에 뽑혔다.
이번 시즌 MVP 수상만 놓고 보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월 올스타전 MVP에 이어 정규 시즌과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모두 차지했다. 이번 시즌 라운드 MVP를 두 차례(3라운드·6라운드)나 수상한 선수도 그가 유일하다. 지금껏 여자부에서 한 시즌에 MVP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황연주(2010~2011시즌, 올스타전·정규 시즌·챔프전 MVP)에 이어 이재영이 두 번째다.
육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이주형씨와 배구 국가대표 세터 출신 어머니 김경희씨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재영은 V리그 여자부에서 최고 실력과 인기를 갖춘 차세대 선두 주자다. 수상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5시즌을 소화하는 동안 정규 시즌 MVP 2회·신인왕·챔프전 MVP 1회·올스타전 MVP 1회·라운드 MVP 5차례·시즌 베스트7 4차례 수상했다. 이번 V리그를 통해 '이재영의 전성 시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018~2019시즌 프로 입단 이후 처음 소속팀 우승을 경험하며 '최고 중 최고'로 우뚝 섰다. 정규 시즌 득점 2위(624점)에 오른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뜨거운 투혼을 불사르며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재영은 해결사로 활약했고, 감독과 동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늘 그를 찾았다. 이재영의 전성 시대다.
고졸 출신 MVP 정지석, 이제는 FA 계약 관심
남자부 MVP로 정지석이 선정됐다. 총 유효 표 29표 가운데 23표를 얻어 팀 동료 한선수(5표)를 큰 표 차이로 제쳤다.
경쟁자도 인정한 수상자다. MVP 투표에서 정지석의 대항마로 손꼽혔던 전광인(현대캐피탈)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MVP에 관한 질문을 받고선 "당연히 정지석이 받아야 한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창피하다. 내가 만약 그만한 경기를 했다면 욕심내겠지만 나한테는 아직 부족한 시즌이었다. (정)지석이에게는 최고 시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정지석은 매년 성장하는 신예 선수로, 이번에 MVP를 수상하며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대학교 졸업 이후 프로에 입단하나 정지석은 송림고 졸업 이후 바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2013~2014시즌 2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된 그는 선배들을 밀어내고 주전 레프트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개인 최다인 548점을 올려 전체 9위, 국내 선수 3위를 기록했다. 성공률은 55.28%로 3위였다. 역시 개인 최고 기록이다.
정지석의 가치는 수비와 리시브 그리고 서브에서도 빛난다. 올 시즌 수비 2위(세트당 5.121개) 서브 6위(세트당 0.371개)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인 정지석은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내년 시즌 대한항공 잔류 여부뿐 아니라 역대 FA 최고 몸값을 새로 쓸지 계약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지석은 수상 직후 "심장이 빨리 뛰고 굉장히 긴장된다.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시즌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