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최근작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이다. 지난해 11월에 개봉했다. 이후 배우로는 잠시 멈춘 상태. 그러나 '유아인, 요새 안 보이네'라고 여긴다면 오해 혹은 착각이다. 떠들썩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유아인의 조용한 행보는 도올 김용옥의 손을 잡으며 시작됐다. 지난달 말 종방한 KBS 1TV 시사 교양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를 12주나 진행하며 배우 유아인이 아닌 지식인 혹은 예술가 유아인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KBS 1TV에서 전파를 탄 까닭에 시청률 수치로 환산되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유아인의 새로운 도전으로 호평받았다.
도올 김용옥의 제안으로 '도올아인 오방간다'에 뛰어든 그는 직접 기획부터 섭외까지 참여했다. 보수적인 방송사를 직접 설득해 가며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자신이 이끄는 창작 집단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협업하며 단순한 교양 프로그램을 넘어 새로운 유형의 예술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3일에는 제주도 4·3평화공원에서 진행되는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다. 도올 김용옥이 '제주평화선언'을 낭독하면, 유아인이 전국 대표 6명과 함께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 또한 도올 김용옥의 권유로 성사된 것. 유아인 측 관계자는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중 도올 선생이 직접 제안해 와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아인은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제주 4·3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당시 그는 "나는 부끄럽게도 잘 알지 못했다. 정말 잘 몰랐다"며 "계속해서 '끊임없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정말 이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일로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배우면서 젊은 세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인사다. 그의 걸음걸음이 곧 트렌드다. 연기를 하고, 창작집단을 이끌고, 옷을 디자인하고, 패션필름을 직접 만드는 등 다양한 행보로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받아 왔다.
최근 유아인은 트렌드를 이끄는 셀러브리티 모습과 다소 달라졌다. 화려한 외양 대신 진중한 내실에 집중한다. 매년 참석했던 서울 패션위크에 참석하지 않고, 그간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들었던 제주 4·3항쟁 추모 행사에 참석한다. 차분하게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배우 유아인도 곧 만나 볼 수 있을 전망. 한 관계자는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좋은 작품이 나타나면 역할의 경중과 상관없이 언제든 출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