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이 '괴물 신인'의 거취를 두고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카일러 머리(22·미국)의 얘기다.
미국 NBC는 3일(현지시간) "만약 NFL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머리를 뽑지 않는다면…"이라고 가정하면서 차순위 팀들에 야기될 혼란을 분석했다. 전날에는 머리가 지난달 31일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존 그루든 감독과 마이크 메이코크 단장과 댈러스의 한 식당에서 비밀리에 저녁 식사를 한 것이 미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루든 감독이 식사 이후 머리와 인근 고교 체육관으로 이동해 비공개 테스트까지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과연 머리가 레이더스에 꼭 필요한 자원인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아직 입단조차 하지 않은 대학생의 소속팀을 놓고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가며 고민하는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머리는 고교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야구와 풋볼 겸업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178cm·88kg의 탄탄한 체구를 가진 머리는 스포츠 집안의 운동 DNA를 물려받아 두 종목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머리의 아버지 케빈은 대학 시절 텍사스주 내 최고 쿼터백으로 활약했고, 삼촌인 캘빈은 1999년부터 6시즌간 메이저리그에서 야수로 뛰었다.
머리는 오클라호마대 4학년이었던 지난해 야구팀 중견수로 5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6, 10홈런 47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폿불에서는 '야전 사령관' 격인 쿼터백을 맡아 2018년 패스성공률 70.6%, 터치다운 37개, 3674패싱야드를 기록했다. 머리가 이끄는 오클라호마대는 지난해 12월 대학 풋볼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그는 대학 풋볼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했다.
머리는 지난해 6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에 입단했으나, 이후 자신의 SNS에 NFL 쿼터백이 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먼저 움직인 것은 메이저리그였다. 머리는 지난해 6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했다. 계약금만 466만 달러(약 53억원)다. 하지만 이후 열린 대학 풋볼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상까지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머리는 2월 12일 예정됐던 애슬레틱스의 스프링캠프 참가를 포기하고 NFL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인생과 시간을 NFL 쿼터백이 되는 데 확고하고 완전하게 바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빌리 빈 부사장 등 애슬레틱스 구단 관계자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무국 임원까지 머리를 직접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머리는 웬만한 운동선수는 한 번 밟아 보기도 어려운 꿈의 무대를 두 곳이나 밟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과 예상 지명 팀이 거론되는 가운데 머리는 오는 25~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2019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 카디널스에 지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3승13패로 리그 최악의 성적을 낸 애리조나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클리프 킹스버리는 지난해부터 "내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머리를 뽑겠다"고 말해 왔다. 6시즌 동안 텍사스공대 감독을 지낸 킹스버리는 패트릭 마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 베이커 메이필드(클리블랜드 브라운스) 등 NFL 차세대 주역으로 꼽히는 쿼터백들을 키워 낸 감독으로 유명하다. 쿼터백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패싱 게임을 추구한다. 머리가 속했던 오클라호마대의 공격 전술과도 상당히 흡사해 NFL 관계자들은 킹스버리 감독이 기존 쿼터백인 조시 로젠을 트레이드하고 머리를 새로운 쿼터백으로 지명할 것으로 내다본다. 머리 역시 "킹스버리 감독이 구사하는 공격 전략은 내게도 익숙하다"며 "만약 킹스버리 감독 밑에서 뛰게 된다면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