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은 KBS 2TV 수목극 '닥터 프리즈너'에서 정의로운 의사였지만 한순간에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나이제를 연기하고 있다. 극본·연출·연기 삼박자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는 호평 속 '닥터 프리즈너'는 방송 3주 만에 15.4%(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수목극 경쟁에서 독주 중이다.
10개월 만에 '닥터 프리즈너'로 돌아온 남궁민은 그야말로 칼을 갈았다는 인상을 준다. '리멤버' 남규만이나 '김과장' 김성룡처럼 극단적이지만 입체적인 인물이다. 크게 분노하지 않지만 살기가 느껴지고 웃으면서 말하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이런 광기 있는 장르물 연기로 장점을 살리니 '시청률 보증 수표'라는 수식어도 되찾았다.
남궁민(나이제)은 영화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 같은 다크 히어로다. 이중성이 있다. 응급실에서 갑질하는 재벌 3세에 대항할 만큼 의사로서 정의감이 투철했던 인물이지만, 지금은 정의 실현을 위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재벌가 사모 김정난(오정희)을 형집행정지로 풀어준 뒤 이용한다.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김병철(선민식)이나 진희경(모이라) 등과 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얼핏 '리멤버' '김과장' 등과 결이 비슷한 역할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남궁민은 "'닥터 프리즈너'는 실제 같은 연기톤으로 했다. 드라마가 피부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차별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르물의 긴장감을 가져가면서도 여유와 능청, 냉정함을 잃지 않는 균형과 절제, 완급 조절이 돋보인다. 김병철과 주고받는 빠른 연기 호흡이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소름을 유발하는 이유다.
처음엔 자신의 의사 면허를 정지시킨 박은석(이재환)에게 복수하기 위해 교도소 의료과장 자리를 노리는 듯했다. 그러나 진희경·최원영(이재준)을 교묘히 저울질하면서 교도소를 자기 판으로 만들어가는 조용한 카리스마는 점점 남궁민이 그리는 빅픽처와 숨겨진 목적을 궁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