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연고지로 둔 시민 구단 대구 FC가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이후 4경기 연속 매진을 달성했다. 대구는 지난 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6라운드 성남 FC와 홈경기에 1만1600명의 관중이 들어 매진을 기록했다. 경기 킥오프 약 한 시간 반 전에 이미 1만2000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원정석 400석 제외) 티켓이 모두 팔려 나갔다. 온라인 미판매분 300여 장을 현장에서 판매했는데, 불과 10분 만에 모든 좌석의 판매가 완료됐을 정도다.
대구의 놀라운 인기는 올 시즌 K리그1을 달구는 흥행 요소 중 하나다. 지난달 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리그 2라운드 개장 경기부터 DGB대구은행파크서 열린 4경기 모두 매진됐는데, 이날 성남전 매진은 의미가 남다르다. 개장 경기 이후 지난달 1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치른 구단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17일 K리그1 3라운드 울산 현대전까지 일주일도 안 되는 간격 속에 촘촘하게 경기를 치렀던 때와 달리 성남전은 약 3주 만에 다시 열린 홈경기라는 점 때문이다. 3주 동안 경기가 없었고, 그사이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등 입장권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아졌음에도 4경기 연속 매진으로 이어진 것은 대구의 초반 '반짝 돌풍'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대구는 ACL와 K리그1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관중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주고 있다. K League 제공
이와 같은 인기는 올 시즌 대구의 약진을 기대했던 이들조차 예상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아무래도 성적과 경기 내용 그리고 전용구장 개장까지 호재가 잘 어우러진 덕분이라는 평가가 높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을 통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선 대구는 첫 경기부터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뒀고, 리그에서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경기 내용도 훌륭하다. 같은 무승부라도 선제골을 내주고도 끝까지 따라가 극적 동점골을 터뜨리며 안방으로 불러들인 관중에게 100% 만족감을 안겨 줬다. 알루미늄 바닥을 발로 구르며 펼치는 '쿵쿵 골' 응원은 '대팍' 혹은 '디팍'으로 불리는 경기장의 명물이 됐다. 하위권을 맴돌던 성적, 힘겨운 생존 경쟁, 여기에 6만 석이 넘는 광활한 대구스타디움이 안겨 주는 썰렁한 분위기까지 뭘 해도 좀처럼 '흥'이 오르지 않았던 지난 시즌과는 180도 바뀐 분위기다.
경기를 보기 위해 3~4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찾아와 줄을 서고, 유니폼과 머플러 등 머천다이징 상품을 사려고 줄을 선 관중의 모습은 홈경기가 있는 날 DGB대구은행파크의 일상이 됐다. 선수들은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짜릿한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신들을 기다려 준 팬들에게 아낌없이 시간을 쏟는다.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 팬들 한 명 한 명에게 사인해 주고 사진을 찍어 주는 '팬 서비스' 문화가 정착되면서 팬들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지는 중이다.
이제 만인의 관심은 대구에서 불고 있는 '대팍'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향한다. 리그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에서 부정적 예상에 익숙했던 관계자들도 대구의 흥행을 바라보며 희망을 키운다. 대구발 축구 열풍이 시즌 내내 이어질 수 있다면, 달구벌에 존재하는 그 '특별한' 무언가를 다른 팀들도 공유할 수 있다면, K리그의 봄도 꽃피울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