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 윤상현, "코미디 연기가 적성…사람들이 저만 보면 웃어요"

배우 윤상현은 요즘 낯선 얼굴을 보여 준다.

아침 일찍 부은 얼굴로 TV에 나와 흰 면티 한 장 입고 아이를 돌본다. 물론 면도도 하지 않은 상태. 새집이 된 헤어 스타일 그대로 세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기저귀를 갈고, '비행기 타기' 놀이도 해 준다.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기무라 다쿠야로 불리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왕자님으로 여심을 흔들던 그는 그렇게 국민 남편 그리고 사랑꾼이 됐다.

윤상현은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 아내 메이비 그리고 세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며 사랑받고 있다. 꾸미지 않은 일상을 그대로 공개하면서 친근하지만 이상적인 남편과 아빠로 활약하는 중이다. 육아와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아내에게 헌신적인 면모를 보여 주면서 TV 앞 뭇 여성들에게 국민 남편 판타지를 퍼뜨리고 있다. 자신을 가꿀 시간도 없이 육아에 매진하는 아내를 위해 옷을 선물하는 모습은 로맨틱하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히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애처가인 그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에서도 메서드 연기를 보여 준다. 5월 9일 개봉하는 '걸캅스(정다원 감독)'에서 라미란 남편으로 등장해 헌신적인 외조를 펼친다. 또 넘어지고 깨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로 신을 제대로 스틸할 예정. 차기작을 고를 때도 아내 의견을 먼저 물어본다는 그는 일상에서든 TV에서든 스크린에서든 반박 불가 사랑꾼이다.

'동상이몽2' 스튜디오 녹화를 마친 어느 주말 저녁 윤상현과 만났다. 그는 "소주가 오늘따라 정말 맛있지만 빨리 육아 하러 가야한다"면서도 2시간이 넘도록 환히 웃으며 아내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 아내에게 옷을 선물하는 모습이 크게 화제가 됐어요.
"특별한 일도 아닌데요, 뭐.(웃음) 저는 아이 키운다고 예쁜 옷을 못 입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임신하고 입는 옷들을 보면서 울컥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몸이 변하면서 옷이 잘 안 맞으니까 상상하지도 못한 옷들을 사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 울컥하는 거죠. 일본 공연에 가면 아내 옷만 사 와요. 평소에도 예쁜 옷이 있으면 사 오고요. 옆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그런 것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라도 기분을 전환시켜 주는 거죠. 그게 화제라니 놀랐어요. 저는 모든 남편이 다 그러는 줄 알았어요."

- 아내의 과거 라디오 방송을 듣고 왜 눈물을 흘렸나요.
"아내가 라디오 DJ를 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가끔 아내가 전화를 받으면 '어떤 놈이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작곡가 오빠들에게 전화 오는 것이었더라고요. 저는 여배우에게 전화도 안 오는데. 와 봤자 이보영밖에 없는데.(웃음) 슬쩍 통화하는 걸 들어 보면 DJ 제안을 받은 것이더라고요. 본인이 그냥 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하는 거였어요. 아내와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아내의 라디오 방송을 가끔 들었어요. 정말 잘하더라고요. 제가 연기하듯 아내는 라디오 부스 안에서 잘하는 거예요. 그런데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거였어요. 이 친구가 고민하지도 않고 제안을 거절한 것에 고마움이 컸어요. 저한테는 내색도 안 했어요. 부담 주기 싫었던 거죠."

- 세상에 다시 없을 남편이에요.
"아내를 매일 웃겨 주고 집에서 아이들한테 재미있게 해 주고, 막춤을 춰 주는 아빠예요. 아이들이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더 좋아해요. 그래서 처음엔 유치원에 안 보내려고 했어요."

- 아빠도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엔 아니에요. 여행을 가도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어요."

- 잔소리를 하지 않는 아내일 듯해요.
"내가 잔소리를 하죠. 가사일에 대한 잔소리를 하곤 해요. 그런데 잔소리하는 제가 항상 져요. 아내는 논리적인데 저는 그냥 우기는 거거든요.(웃음)"

- 이상적인 남편상이에요.
"결혼생활 5년 했지만 남편은 다른 게 없어요. 가족들을 죽을 때까지 지켜주는 것이 몫인 것 같아요."

- 아빠 이미지가 강한데 멜로 연기도 계속 해야죠.
"나이가 곧 오십인데 제가 무슨. 하하하. 물론, 멜로를 할 수도 있죠. 아빠가 된 후에는 다 아이 아빠 역할을 맡긴 했어요."

- '걸캅스'에서는 라미란씨의 남편 역할을 맡았어요.
"애처가 역할로 나와요. 촬영 끝나고 술 한 잔 하자고 해도 매일 일찍 집에 가니까 (라)미란이가 엄청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 메소드 연기를 하시겠네요.
"대사도 별로 없어요. 넘어지고 깨지고 혼자 슬랩스틱 코미디를 해요. 요즘 코미디가 돌아온 것 같아요."

- 코미디 연기 전문이 되시겠어요.
"저는 코미디를 너무 좋아해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긴 글렀나 봐요.(웃음) 감독님이 자꾸 이상한 걸 요구해요.(웃음). 드라마에서는 코믹한 역할을 많이 했으니 영화에서는 진지한 걸 좀 해 보나 했는데. 사람들이 저만 보면 웃어요. 주성치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심각한 영화보다 코믹 영화를 더 많이 봤고요."

- 코믹한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하나요.
"'코미디를 그만해야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그 생각을 아내가 깨 줬죠. 아내가 '주성치를 봐. 여러 배역을 한다고 해서 좋은 배우인 건 아니야. 코믹도 멜로도 다 갖고 있는데,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건데, 왜 스트레스를 받아. 작품할 날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왜 벌써 걱정해'라고 하더라고요."

- 작품 선택할 때도 아내의 말을 잘 듣는다면서요.
"저는 대본을 받으면 3장만 읽으면 감이 와요. 아내는 디테일해서 3권을 다 읽고 평을 이야기해줘요. 요샌 대본이 들어오면 안 읽고 아내에게 먼저 줘요.(웃음) 아내가 '읽어보라'고 하면 좋은 대본이고, '그냥 봐'라고 하면 별로라는 뜻이죠."




박정선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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