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①] '국민 남편·사랑꾼' 윤상현, "메이비와 여전히 연애하죠"

배우 윤상현은 요즘 낯선 얼굴을 보여 준다.

아침 일찍 부은 얼굴로 TV에 나와 흰 면티 한 장 입고 아이를 돌본다. 물론 면도도 하지 않은 상태. 새집이 된 헤어 스타일 그대로 세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기저귀를 갈고, '비행기 타기' 놀이도 해 준다.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기무라 다쿠야로 불리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왕자님으로 여심을 흔들던 그는 그렇게 국민 남편 그리고 사랑꾼이 됐다.

윤상현은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 아내 메이비 그리고 세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며 사랑받고 있다. 꾸미지 않은 일상을 그대로 공개하면서 친근하지만 이상적인 남편과 아빠로 활약하는 중이다. 육아와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아내에게 헌신적인 면모를 보여 주면서 TV 앞 뭇 여성들에게 국민 남편 판타지를 퍼뜨리고 있다. 자신을 가꿀 시간도 없이 육아에 매진하는 아내를 위해 옷을 선물하는 모습은 로맨틱하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히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애처가인 그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에서도 메서드 연기를 보여 준다. 5월 9일 개봉하는 '걸캅스(정다원 감독)'에서 라미란 남편으로 등장해 헌신적인 외조를 펼친다. 또 넘어지고 깨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로 신을 제대로 스틸할 예정. 차기작을 고를 때도 아내 의견을 먼저 물어본다는 그는 일상에서든 TV에서든 스크린에서든 반박 불가 사랑꾼이다.

'동상이몽2' 스튜디오 녹화를 마친 어느 주말 저녁 윤상현과 만났다. 그는 "소주가 오늘따라 정말 맛있지만 빨리 육아 하러 가야한다"면서도 2시간이 넘도록 환히 웃으며 아내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 취중 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얼마나 되나요.
"컨디션 따라 달라요. 컨디션이 정말 좋으면 소주 2병 반 정도 먹어요. 그러고 나서 실려 나가요.(웃음) 컨디션이 안 좋으면 소주 3잔만 먹어도 취해요."

- 술버릇이 있나요.
"술에 취하면 자요. 술을 마시다가 취했다는 생각이 들면 몰래 빠져나가서 집에 가는 스타일이고요. 어릴 때는 주량을 모르고 회식 자리에서 끝까지 술을 먹었는데, 이젠 가정이 있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취한 것 같으면 바로 집에 가죠. 작품이 끝나고 종방연을 해도 1차만 마시고 집에 가요. 저도 제가 결혼하고 이렇게 변할 줄 몰랐어요." 

- 결혼 전과 후의 생활이 많이 달라졌네요.
"그렇죠. 그리고 결혼하기 전엔 불면증이 있었어요. 12시 전에 자 본 기억이 없어요. 드라마를 찍을 땐 밤샘도 하고 그러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제 생활 패턴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힘들잖아요.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생활이 뒤죽박죽이 돼 버려요. 그렇게 살다가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오후 9시만 되면 자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생활 패턴에 맞춰 살다 보니 몸도 건강해져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 육아와 함께 건강까지 되찾은 셈이네요.
"다들 아이를 키우면 힘들다고 하잖아요. 힘든 부분도 짜증 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아이들이 태어나서 저희 부부에게 주는 긍정적 에너지가 더 많아요. 힘들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어요."

- 부부 단 둘의 여행을 단 세 번밖에 가 보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저나 아내나 여행을 좋아하는데, 갓난아이를 키우다 보니 여행을 다니기가 힘들더라고요. 결혼하기 전엔 강릉 여행을 갔고요. 신혼여행으로 경주에 갔어요. 잡지 웨딩 화보를 찍으러 하와이에 한 번 간 것까지 세 번이에요. 강릉은 부모님과 추억이 많은 도시라 좋아하고요. 경주는 친구들과 추억이 많아서 좋아해요. 결혼식 끝나고 며칠 이후 촬영해야 해서 해외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아내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경주에 대한 추억이 비슷하게 있더라고요. 2박 3일 동안 굉장히 재미있게 다녀온 기억이 있어요."

- 결혼할 때도 이렇게 다둥이 아빠가 될 줄 알았나요.
"아니요.(웃음). 메이비가 엄청 말랐어요. 몸이 약하다 보니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라는 생각이 있었죠. 사실 저는 셋까지 낳고 싶긴 했는데, 첫아이를 낳고 아내가 너무 고생했어요. 마음속으로는 둘째를 낳는 것을 포기했어요. 그랬는데, 우연히 또 (아이가) 생기고, 또 우연히 생기고. 주변 어르신들이 '부부가 복이 있어서 아이가 생기고 다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복이 있어서 아이들이 찾아온 것이라고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복이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앞으로도 복이 오면 뭐, 할 수 없죠.(웃음)"

 

 
- 육아에 통달한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첫째 때 힘들게 키웠는데, 둘째를 키울 때도 별 차이가 없어요.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두 명을 키우는 것이 똑같아요. 그리고 셋째 때도 똑같고요. 아이를 계속 낳고 키우다 보니 몸이 익숙해졌나 봐요. 보모가 적성에 맞나 봐요.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체력적으로만 힘들지 정신적으로는 정말 행복해요."

- 딸에 비해 아들이 더 키우기 힘들다면서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길 많이 들어서 어떨지 궁금해요. 갓난아이라 잘 모르겠어요. 아직까진 울지도 않고 정말 잘 놀고 잘 먹고 잘 웃어줘요. 아이가 웃는 걸 보면서 아내와 저는 '넌 진짜 효자다'라고 해요." 

- 아이들 성격이 다 다르죠.
"첫째는 정말 여성스럽고 배려심이 많아요. 리더십도 있어요. 둘째 아이는 호기심이 많아요. 셋째 아이는 관상이 정말 좋아요. 아직은 성격을 이야기할 나이가 아니라서요."

- 국민 남편이라는 별명을 싫어한다면서요.
"아이 있는 가정의 남편은 다들 그렇게 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집안일을 하다 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할 일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 스웨덴에 간 적이 있어요. 스웨덴 남자들은 모든 집안일을 해요. 그들은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아내와 아이는 남자들이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대요. 스웨덴에 가서 많이 깨달았어요. 아내와 결혼하며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아이가 생기고 나면 여자에겐 힘든 일이 너무 많아요. 아이에게 맞춰 줘야 하니까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도 일하고 있지만, 남편보다 아내가 더 힘든 것 같아요."

- 집안일을 얼마나 하나요.
"(아내보다) 제가 더 많이 해요.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뼈가 벌어진대요. 그게 원위치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 그런 걸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니까, 아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제가 집안일을 거의 다 해요. 아내도 간단한 집안일은 하고요. 그렇다고 방송에서 나오는 것처럼 셰프처럼 음식을 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자취 생활을 하면서 된장찌개·김치찌개를 끓여 먹듯 요리하는 거예요."

- 조만간 텃밭을 가꿀 계획도 있다면서요.
"아내가 방울토마토를 기르고 싶어하더라고요. 집 옆에 조그만 텃밭이 있어서 직접 길러서 먹으려고요. 사실 그 텃밭에 모르는 분들이 이미 뭘 심어 놓으셔서.(웃음) 빨리 사정 설명을 드리고 텃밭 가꾸기를 시작해야죠."
 
- 국민 남편 말고 사랑꾼으로도 불리죠.
"저희는 두 달 만나고 결혼했어요. 그렇게 빨리 결정하고 결혼한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지금도 저희는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거든요. 여전히 아내를 볼 때마다 새로워요. 나이가 들다 보니 사람을 만나면 금방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잖아요. 아내를 만났는데 금방 '저 여자와 결혼하면 잘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논리적인 확신이 아니라 느낌적인 확신이요.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나 얘랑 결혼해야 할 것 같아'라는 그런 결심이 들었어요."

>>[취중토크②] 에서 계속




박정선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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