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5선발 SK 문승원(왼쪽부터)·두산 이영하·NC 박진우. IS포토·연합뉴스 제공 5선발 투수의 활약도에 팀마다 희비와 성적이 크게 엇갈린다.
1위 NC·2위 SK·3위 두산은 5선발 투수가 든든하다. 다섯 번째 선발투수들이 모두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 문승원(SK)과 이영하(두산)가 1.80으로 부문 공동 7위, 박진우(NC)가 1.83으로 9위다. 아직 시즌 초반이나 팀 내 국내 에이스보다 성적이 좋다.
세 명의 공통점은 세 차례씩 선발 등판한 현재까지 모두 6이닝 이상 책임졌고,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팀이 정상적인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기도 힘든데, 5선발 투수가 호투와 더불어 긴 이닝까지 책임지면 더욱 효과적인 마운드 운용이 가능하다. 사령탑 입장에서는 구원투수의 등판을 줄이고, 보다 폭넓게 투수진을 운영할 수 있다. NC와 SK·두산이 시즌 초반 선두권을 형성하는 데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육성선수 출신의 박진우는 통산 2승에 그쳤지만, 개막 이후 보름 만에 2승을 올렸다. 김영규(3승·평균자책점 2.86)와 함께 깜짝 호투로 선발진을 이끈다. 선발투수로 점차 입지를 굳혀 가는 SK 문승원은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 중 피안타율이 0.155로 가장 낮다. 두산 이영하는 지난 14일 경기에서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8이닝)에 무실점 호투로 '잠실 라이벌' LG전 8-0 승리를 견인했다. 1~2차전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두산은 이영하의 호투에 힘입어 이번 시즌 LG전 첫 승을 신고했다. 이영하는 "항상 '길게 던지고 싶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했다.
'프로 2년 차' 키움 안우진·삼성 최채흥도 기대 이상의 투구를 이어 간다. 지난해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뒤 포스트시즌에서 구위를 입증한 안우진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변신해 1승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 꾸준히 던져 10승을 해내고 싶다"는 당찬 소감을 밝혔다. 최채흥은 2승·평균자책점 3.94를 기록 중으로 삼성은 그가 등판한 세 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LG와 KIA·kt는 국내 선발진이 일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5선발이 강한 모습을 보이진 않아도 로테이션은 꾸준히 소화한다. '고졸 루키' 김기훈(1패·평균자책점 5.63)은 0.151의 피안타율에서 보이듯 구위는 좋은 편이다. 경기당 7.31개에 이르는 볼넷을 줄이는 등 제구력만 가다듬으면 더욱 위력을 뽐낼 수 있다. LG 배재준은 3패·평균자책점 6.27로 경기별 기복이 다소 심하다. 입단 2년 차 kt 김민(4패·평균자책점 7.52)은 초반 2경기에서 QS를 기록했으나 지난주 2경기에서는 경기 초반 타선의 넉넉한 득점 지원에도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강판됐다.
롯데와 한화는 5선발을 꾸리기조차 버겁다.
개막 초반 김재영-박주홍-김성훈으로 구성된 국내 선발진이 벌써부터 와해된 한화는 장민재가 호투하고 있으나 선발진에 두 자리가 비어 있다. 부진으로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박주홍을 대신해 이태양이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할 예정이고, 김민우가 빠진 자리는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문동욱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진다. 올 시즌 새롭게 롯데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 감독은 국내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어 1+1 5선발 카드를 꺼냈지만, 지금까지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