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다 세이브 투수 손승락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롯데는 21일 kt와 사직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예상된 수순이다. 올 시즌 너무 부진하다. 1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8.49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무려 0.340.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도 5할에 이른다.
컨디션 난조는 지난주에 유독 두드러졌다. 네 차례 등판했지만 두 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사직 KIA전에서는 3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4-1이던 9회초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이후 나지완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1점, 이후 볼넷과 연속 3피안타로 추가 2점을 내줬다. 구원진이 그가 남긴 주자 2명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실점은 5점으로 늘었다. 이 경기는 9회에만 두 팀 합계 14점이 나는 졸전이었다. 손승락이 빌미가 됐다.
지난 20일 kt와 홈경기에서도 2-1로 앞서던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볼넷과 안타·희생번트를 내준 뒤 황재균에게 중견수 뜬공을 허용했다. 동점을 내준 뒤 이어진 위기에서 연속 고의4구로 위기를 자초한 뒤 김진곤에게 역전 2루타를 내줬다.
두 경기 모두 롯데는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가 임무에 실패하며 구원투수 4명이 추가로 가동됐다. 피로 누적은 야수진도 마찬가지다. 결국 양상문 롯데 감독은 그에게 휴식과 컨디션 관리를 할 기회를 줬다.
셋업맨 구승민과 진명호의 구위도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 홀드왕에 오른 오현택은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4월 20일에 콜업됐다. 신인 우완 투수 서준원이 프로 무대에 연착륙한 게 위안이지만 8·9회를 맡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롯데는 6연패 이후 맞은 KIA와 주중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반등 발판을 만들었지만, 나아지지 않은 불펜 상황에 고민이 커졌다. 벤치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손승락 개인적으로도 분수령이다. 그는 지난해 6월에도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2군행을 자처했다. 당시에는 그동안 구사율이 높지 않았던 포크볼을 가다듬어 돌아온 뒤 후반기부터 제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그 반등을 이끈 변화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나마 구위 저하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2016·2018시즌 모두 2군에서 컨디션을 재정비한 뒤 반등한 경험이 있다. 양 감독도 선수가 제 공을 찾을 때까지 버틸 생각이다.
손승락과 롯데의 계약 기간은 올 시즌까지다. 건재를 증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KBO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부문 1위 등극을 앞두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오승환이 기록한 277세이브까지 12개 남았다. 최근 5시즌(2014~2018) 연평균 세이브는 28개. 올 시즌 안에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즌 초반 암초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