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각 부문 진출작이 발표된 가운데, 한국에서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경쟁부문에, '악인전(이원태 감독)'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프랑스 칸으로 향한다.
이로써 한국 영화는 4년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69회 '아가씨(박찬욱 감독)' 이후 70회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 71회 '버닝(이창동 감독)'에 이어 72회 '기생충'까지 4년 연속 경쟁부문으로 진출 시키는데 성공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칸 레드카펫을 밟을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가 빠짐없이 초청받는 또 하나의 섹션은 바로 미드나잇 스크리닝. 액션, 스릴러, 느와르, 호러, 판타지와 같은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수의 작품을 엄선해 초청하는 부문이다. 올해는 '악인전'이 함께 한다.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연쇄살인마 K를 쫓으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이원태 감독과 마동석, 김무열, 김성균이 칸으로 향한다.
그간 '부산행',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악녀', '공작' 등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한국 작품들은 국내에서도 흥행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미 3분 프로모션 영상만으로 104개국 선판매를 이뤄낸 '악인전 '역시 칸 초청에 이어 흥행의 기쁨까지 맛 볼지 주목된다. 한편 72회 칸영화제는 5월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좀비물 '에브리바디 노우즈'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신뢰의 봉준호X송강호 콤비 5번째 칸 입성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6년 5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괴물'을 시작으로, '도쿄!' 61회 주목할만한시선, '마더' 62회 주목할만한시선, '옥자' 70회 경쟁부문에 이어 72회 '기생충'까지 본인 연출작으로 5번째 칸의 부름을 받는 영광을 안게 됐다.
송강호 역시 '괴물' 59회 감독주간, '밀양(이창동 감독)' 60회 경쟁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감독)' 61회 비경쟁부문, '박쥐(박찬욱 감독)' 62회 경쟁부문에 이어 '기생충'으로 딱 10년만에 다시 한번 칸을 찾게 됐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을 함께 하며 충무로와 영화 팬들이 가장 신뢰하는 '봉X송 콤비'로 자리매김했다. '기생충'은 제작 단계부터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재회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 각각 칸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두 영화인이지만 협업한 작품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
특히 한국 영화는 꾸준히 경쟁부문 초청을 받았지만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기생충'은 꽤 욕심내볼만 하다는 반응이다.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에게 수상의 기쁨까지 안길지, 해외 반응과 이후 흥행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봉준호 감독은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여름, 다 함께 '기생충' 촬영에 몰두했던 나 자신과 배우들, 그리고 제작진 모두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지금 현재 우리 시대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영화를 칸영화제의 열기 속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돼 영광스럽고 설레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준비된 해외行"…'할리우드→칸' 운빨터진 마동석
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현지 영화인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부산행(연상호 감독)' 이후 딱 3년만에 같은 부문으로 칸에 입성하게 된 마동석이다. 당시 스케줄 문제로 칸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마동석은 '악인전'으로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을 예정. 이번에도 열광적인 반응이 터질지 주목된다.
'부산행' 공개 후 해외 영화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는 다름아닌 마동석이었다. 맨손으로 좀비를 처단하는 마동석에 모두가 감탄했고, 그가 등장하면 뜨거운 환호성을 내지르느라 바빴다. 마동석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이다.
차곡차곡 쌓아둔 존재감과 내공은 한번에 터졌다. 마동석은 칸영화제 초청 발표 전 할리우드 진출 소식이 전해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마블 스튜디오 신작 '이터널스' 캐스팅에 유력하다는 내용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것. 영어이름 돈리(Don Lee)에 따라 마블리가 마블Lee로,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수장이 진짜 글로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합류하게 된 모양새다.
어린시절 미국 오하이오로 이민, 콜롬비아 주립대 체육학과를 전공한 해외파 출신 마동석은 해외진출을 추진하기만 하면 됐던 상황. 여러 차례의 러브콜을 국내 활동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고사했던 마동석의 해외진출은 '마블'과 '칸'이라는 역대급 기회로 성사될 예정이다. 더 넓고 또 높게 날아갈 준비를 마친 마동석이다.
'부산행→옥자→기생충' 최우식 '칸의 샛별'
언젠가는 칸 레드카펫을 밟을 운명이었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 최우식이 진정한 '칸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 어려운 칸영화제 초청을 무려 세 번이나 받았다. 10년이 안 된 필모그래피 중 칸 진출작만 세 편을 품게 된 최우식이다. 매번 현지를 직접 찾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기생충'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2011년 데뷔한 최우식은 '거인(김태용 감독)'으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가 애정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옥자'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눈에 띄어 '기생충'까지 합류하게 된 최우식은 이번 작품으로 배우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는 포부다.
'부산행'의 혈기왕성한 야구부 고등학생은, '옥자'에서 애사심 따위는 1도 없는, 세상 무기력한 택배 배달 운전수로 성장하더니, '기생충'에서는 평범한 듯 한층 더 높아진 돌아이미(美)를 장착한 캐릭터로 방점을 찍을 전망. 기대주 최우식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