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017·2018시즌 모두 불펜 안정화를 통해 전열 정비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균열이 커진 상황. 벤치의 기민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올 시즌 26경기에서 11승15패를 기록했다. 4월 셋째 주에 전패를 당하며 주춤했지만 지난주는 뒷심을 발휘하며 4승(2패)을 챙겼다. 그러나 KT와의 주말 마지막 경기에 이어 24일에 열린 한화전도 패했다. 5할 승률에 다가섰다가 멀어지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손가락 부상을 당한 민병헌의 복귀가 임박했다. 공격력 향상이 기대된다. 문제는 불펜이다.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다. 자신의 공을 찾기 전에는 콜업되지 않는다. 그사이 더블 스토퍼 임무를 맡은 우완 구승민과 좌완 고효준은 두 경기 연속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더 큰 임무가 부여되자 압박감이 생긴 모습이다.
2017시즌에도 리드오프 전준우가 시즌 초반에 부상을 당했다. 공격력 저하는 버텨냈다. 그가 복귀할 때까지는 5할 승률을 지켰다. 그러나 불펜이 흔들리기 시작한 6월 중순 이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승패차이가 -8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롯데의 반등은 불펜 재건에서 시작됐다. 윤길현과 장시환 대신 선발 유망주던 박진형과 부상에서 복귀한 조정훈을 필승조로 내세웠다. 경험이 부족한 투수와 7년 가까이 1군 무대에 서지 못한 투수를 주요 보직에 두는 모험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성공했고 롯데는 그해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성공한다.
지난 시즌 후반기, 5강 경쟁을 주도한 저력도 불펜에서 나왔다. 박진형과 조정훈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새 얼굴이 나와줬다. 전반기는 진명호가 잠재력을 드러냈고, 이적생 오현택도 셋업맨 역할을 잘 수행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투수 구승민까지 가세했다. 비록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은 실패했지만 자원 확보라는 수확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 동안 활약한 셋업맨은 올 시즌에는 전력에서 이탈했거나 부진하다. 모두 5점 대 평균자책점을 넘는다. 조정훈은 팀을 떠났고, 박진형은 지난 시즌 13경기에 등판한 뒤 아직 재활 중이다. 복귀 시동을 걸었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보기 어렵다.
영점을 잡았다고 평가받던 고효준도 박빙 상황에서는 제구 불안을 주던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빙 상황에서 리드를 잡고 있어도 지켜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야수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두 시즌(2017~2018시즌) 후반기에는 '1점이라도 리드를 잡으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타석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는 악순환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10월 취임을 하며 2018시즌 초반에 잃은 승수와 전반기에 보여준 승부 집중력에 대해 꼬집었다. 현재 불펜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향후 정비에 성공해도 승률, 승수에 발목잡힐 수 있다.
과거 거울이 현재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명확하게 비추고 있다. 불펜 재정비가 시급하다.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을 유도하면서도 플랜B를 가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2017시즌도 과감한 시도가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 젊은 선수 기용, 보직 변경도 고려 대상이다. 대체 자원이 없다면 현재 셋업맨들이 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움직임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