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만 봤을 땐 낙제에 가깝다. 어쩌면 기형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해 단 한 번도 타석을 소화하지 못했다. 타율과 장타율, 출루율이 모두 '0'이다. 하지만 득점을 다섯 번이나 올렸다. 58타석을 소화한 팀 선배 나주환보다 1득점이 더 많다.
대주자와 대수비가 그의 몫이다. 외야 선수층이 두터운 팀 사정상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다만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후반 막판 '조커'로 투입된다. 최근 활약은 인상적이다. 21일 인천 NC전부터 대주자로 세 경기 연속 득점을 올렸다. 24이 대구 삼성전에선 9회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돼 곧바로 2루를 훔쳤다. 그리고 2사 1,3루에서 나온 상대 폭투 때 빠른 발을 이용해 역전 득점을 올렸다. 경기가 9회 동점이 돼 연장으로 가지 않았다면 결승 득점이 될 수 있었다.
25일도 비슷했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0회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됐다. 그리고 정의윤의 좌전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좌익수와 3루의 거리가 짧아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빠른 타구 판단과 주력으로 세이프 판정을 받아냈다. 1사 1,2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이 1,3루로 바뀌었고 SK는 이재원의 희생 플라이 때 김재현이 홈런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안타 없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타격에서 많은 도전을 했다. 오른손잡이인 김재현은 원주고 1학년 때까지 우투우타였다. 2학년 때부터 빠른 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우투좌타로 전환했다. 이후 2013년 당시 외국인 타격코치였던 맥스 베너블의 제안을 받고 스위치타자로 전환해 양귀헬멧까지 착용하고 2년 정도를 뛰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왼쪽 타석만 소화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데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기존 노수광에 고종욱까지 트레이드로 영입되면서 외야 경쟁을 더 치열해졌고 직격탄을 맞은 게 김재현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리고 있다. 김재현은 지난 19일 노수광과 배영섭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정진기와 함께 1군에 등록됐다. 그리고 승부처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로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는 "지금 주어진 기회가 대주자(대수비)이기 때문에 여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이걸 잘해야 1군에 있을 수 있는 거고 1군에 있어야 또 기회가 올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