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롯데의 사령탑이 서로를 향한 불쾌한 감정을 그라운드에서 드러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두 팀은 시즌 5차전이 열린 28일 잠실구장. 두산이 9-2로 앞서며 승부가 기운 8회말, 김태형 두산 감독과 양상문 롯데 감독이 직접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갈등이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치닫는 상황이 나왔다.
계기는 사구다. 2사 1·2루에서 롯데 우완투수 구승민의 속구가 두산 타자 정수빈의 등을 직격했다. 정수빈을 그대로 쓰러졌고 고통을 호소했다. 코치, 의료 스태프가 뛰어 나와 그를 돌봤다.
구승민은 사과를 위해 타석 주위를 배회하며 정수빈의 상태를 지켜봤다. 이때 김태형 두산 감독이 타석 쪽으로 나왔다. 상대 선수의 상태를 살피러 그라운드에 나온 공필성 롯데 수석 코치 또는 주형광 투수 코치 그리고 구승민에게 어떤 말을 한 것으로 보였다.
정수빈이 스스로 누상에 걸어나갔고 상황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상 징후가 있었다. 공필성 코치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김 감독의 뒷모습을 잠시 동안 응시한 것.
롯데 더그아웃에서 양상문 감독이 바로 걸어나왔다. 이 상황을 지켜본 반응이다. 그리고 감정이 격해지는 제스처가 나왔다. 공 코치가 그런 그를 말렸다. 양 감독의 발걸음이 어느 쪽을 향한 지는 확실하지 않다. 심판인지 두산 더그아웃인지 말이다.
이때 김태형 두산 감독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선수, 코치진까지 백네트 앞으로 쏟아져 나왔다 .
선수 사이 신경전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있다. 감독 사이도 경기 뒤 미디어를 통한 설전이나 정석을 벗어난 경기 운용 불쾌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2015시즌, 빈볼 시비를 두고 이종운 전 롯데 감독과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그랬다. 올 시즌도 김기태 KIA 감독이 투수를 타석에 내보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경기 중에 두 팀 감독이 상황 연장선에서 적개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매우 드물다.
몇몇 선수들도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소강됐다. 심판이 두 팀 벤치를 향해 상황을 설명하고 경기 속개를 유도했다.
방송사 중계를 통해 "남의 선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는 양 감독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리를 하면 이렇다. 김태형 감독이 롯데 코치나 선수를 향해 불쾌감을 직접 드러냈다고 판단한 양 감독이 화를 참지 못한 것이다. 김 감독은 연속 사구에 분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7회도 두산 정병곤이 롯데 투수 정성종에게 등을 직격하는 사구로 부상을 당할 뻔했다.
정황상 선수와 코치에게 불만을 드러낸 건 맞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양상문 감독님은 경기 중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 나온 것인데 다른 팀 감독이 롯데 선수와 코치를 다그친 것에 분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두산 관계자는 "앞선 7회에 이어 8회도 사구가 나왔기 때문에 김 감독님은 빈볼으로 판단했다. 상대 코치와 선수에게 '야구를 좀 잘 하자'고 말한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