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매치'의 마지막 8분이 K리그1(1부리그) 선두 경쟁을 '스리톱'에서 '투톱'으로 바꿨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FC 서울이 여전히 선두권 삼각 편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9라운드에서 승점 3점을 수확한 전북과 울산이 '투톱' 체제를 갖췄다. 8라운드까지 승점 동률로 전북과 울산을 위협하던 서울은 '전설매치'에서 패해 순위는 같지만 승점 3점 차로 밀린 3위를 유지했다.
전북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9라운드 서울과 경기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전북과 서울은 울산 현대와 함께 나란히 5승2무1패(승점 17)를 기록 중이었다. 다득점에서 앞선 순서대로 전북이 1위·울산이 2위·서울이 3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 전북이 승리하면서 리그 4연승과 함께 6승2무1패(승점 20)로 1위 자리를 유지했고, 같은 날 울산이 경남 FC를 꺾고 승점 3점을 추가하며 다득점에서 밀린 2위를 지켰다. 서울은 5승2무2패(승점 17·3위)가 됐다.
이날 두 팀의 맞대결은 여러모로 주목받았다. 시즌 초반부터 전북-울산-서울이 형성한 '스리톱' 구도가 9라운드 전북과 서울의 맞대결을 기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리그 연승 행진을 달리며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북이나, 8라운드 '경인더비' 무승부로 주춤하긴 했으나 지난해와 달리 선두권을 유지 중인 서울 모두 분위기가 좋아 결과를 예상하기도 어려웠다. 하필이면 두 팀이 리그 최다 득점(9경기 18득점)을 자랑하고 있는 전북, 그리고 이날 경기 패배 전까지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던 서울이라 '창과 방패의 대결'로도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창'의 승리였다. 최근 각광받는 라이벌전이자, 선두를 두고 싸우는 팀 간 대결답게 1만 5127명이 찾은 전주성에선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이 오고 갔다. 그러나 전반 32분 서울 미드필더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수적 우세를 잡은 전북은 전반 44분, 이승기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1-0으로 먼저 앞서 나갔다.
그러나 10명이 싸운 서울은 '신 닥공'을 표방하는 전북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잘 싸웠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경기 전 "우리가 전북을 어떻게 잡나, 우리는 여전히 도전자"라고 한 수 접고 가면서도 "뒤로 물러날 생각은 없다. 승패를 떠나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던 그대로,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수비적으로 내려앉는 대신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았다. 서울의 적극적인 공세에 전북도 주춤했고, 결국 후반 43분 끈질기게 잘 버텨낸 서울의 '한 방'이 터졌다. 뒤에서 날아온 롱 패스를 박동진이 머리로 받아 알렉산다르 페시치에게 연결했고, 페시치는 수비수 두 명을 달고 질주한 끝에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패색이 짙은 순간 터진 동점골에 서울 원정 응원단은 격렬한 환호를 터뜨렸다. 리드를 빼앗긴 전북은 초조하게 서울 골문을 두들겼지만 성과는 없었다. 후반 추가 시간 서울 센터백 김원균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김신욱을 잡았다는 이유로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되면서 두 팀의 분위기는 더욱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VAR 판독은 서울 수비가 정당했다는 원심을 유지했고,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는 생각에 전북 응원단은 야유를 쏟아 냈다.
하지만 전북은 마지막 순간 극적인 반전을 일궈 냈다. 1-1 무승부로 경기 휘슬이 울리기 직전, 김신욱의 머리를 맞고 흐른 공이 한승규 앞으로 연결됐다. 한승규는 서울의 수비를 떨쳐내고 왼발 슈팅을 성공시키며 전북에 승점 3점을 안기는 극적 결승골을 터뜨렸다.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뒤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한승규는 골을 넣은 뒤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 이후에도 "전북에 와서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있었고,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 냈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도 "마지막까지 한 골 들어갈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들어간 순간 무척 기뻤다"며 승리를 이끈 한승규의 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1강'으로 선두를 지키는 강팀답게, 수적 우세를 점하고도 힘겹게 풀어간 이날 경기를 두고 "선수들에게 조금 더 냉정을 요구하고 싶다"며 보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10명으로 전북과 대등하게 맞서 좋은 경기를 펼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이전과 달리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점이 긍정적"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또 "아쉽게도 결과는 상대에게 내줬지만 끝까지 쫓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내 속은 쓰려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덧붙여 '독수리'다운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