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을 둘러싼 진실 공방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감독은 28일 잠실 롯데전 8회 롯데 투수 구승민이 던진 공에 정수빈이 옆구리를 강타당하자 그라운드로 걸어 나갔다. 이후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와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 등이 홈 플레이트에 모였고 김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상문 롯데 감독이 뛰쳐나와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감독과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설전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이 사구 직후 구승민을 향해 '투수 같지도 않은 XX가 공을 던지고 있다'며 막말을 했다고 전해져 파문이 일었다.
두산 홍보팀은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감독에게 확인해 보니 공필성 코치에게 욕을 한 건 맞다. 그건 사실이다. 경기가 끝난 뒤에 따로 전화해서 사과했다. 다만 구승민에게는 알려진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형 감독과 공필성 코치는 지난해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갑내기다. 1군 데뷔도 1990년으로 같다. 두산에서 1군 주루코치를 맡던 공 코치는 올해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양상문 감독의 부름을 받고 '친정팀' 자이언츠로 복귀했다. 김 감독은 경기 이후 사과 전화로 사건이 일단락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승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중 감독이 상대팀 선수에게 욕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날이 지나도록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건 상반된 입장이다. 했다는 사람은 없고 들었다는 사람만 있는 기이한 상황이다. 그런데 두산이 인정하고 있는 '공필성 코치에게 욕을 한 건 맞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징계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야구규칙 6조 4항에 적시돼 있는 경기 중 금지사항에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정금조 KBO 운영본부장은 "(폭언을 들은) 상대가 중요한 건 아니다. 선수는 되고 코치는 안 되고 그런 개념이 아니다. 체크해 보고 있다"고 했다. KBO 벌칙내규에도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판정 불복·폭행·폭언·빈볼·기타의 언행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때 징계(유소년야구 봉사활동·제재금 300만원 이하·출장정지 30경기 이하)를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두산은 구승민의 사구로 주전 외야수 정수빈이 크게 다쳤다. 1차 검진에서 갈비뼈 골절이 확인돼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수빈이다. 그런데 감독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판의 화살이 구단으로 쏠리고 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