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자동차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차급과 낮은 가격대를 앞세워 시장에 빠르게 정착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전방위 공략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보조금 차별화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북경자동차그룹(BAIC)은 전기차(EV)를 앞세워 내년 초 국내 완성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내달 2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친환경 자동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신차 라인업을 공개한다. 이날 공개될 신차는 중형 세단인 'EU5'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5' 소형 SUV 'EX3' 등 3종이다.
BAIC 관계자는 "친환경성과 효율성·높은 상품성을 앞세워 향후 국내에서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BAIC는 국내 공략 포인트로 국산차 업계가 놓치고 있는 '중형급 이상 체급'과 '높은 주행거리'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실제 중형 세단 EU5는 BAIC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술 협력으로 탄생한 모델로 최고 출력 160kW, 최대 토크 30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 60.2kWh급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최대 460km다. 이는 현대차의 준중형급 전기차인 아이오닉 EV의 주행거리(200km)를 두 배 넘어선다.
중형 SUV인 EX5도 전장(길이) 4480mm, 전폭(너비) 1837mm, 전고(높이) 1673mm로 현대차 투싼과 거의 동일한 크기를 자랑하지만, 1회 충전으로 최대 406km를 달릴 수 있다. 이 역시 한 단계 낮은 차급인 기아차의 소형 전기차 SUV인 쏘울의 주행거리(386km)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BAIC는 여기에 가격 경쟁력도 강조한다.
EU5의 현지 출고가는 22만∼25만 위안(약 3787만∼4300만원)이다. 현대차의 전기차인 준중형 세단 아이오닉 EV의 출고가는 4000만원 선에서 시작한다. 국내 판매 시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차급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산 전기차가 더 싸다는 얘기다.
EX5도 마찬가지다. 이 차량의 중국 내 판매 가격은 평균 18만 위안(약 3100만원)으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최고급 트림 판매 가격 대비 1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유럽 등 해외로 나가기 전에 한국을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부품사의 기술력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안착하는 데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과 손잡은 중국 전기차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쑹궈자동차는 건원건설과 합작해 SNK모터스를 세워 대구와 전북 군산에 전기차 반조립(CKD)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기본적인 부품을 받아 국내 공장에서 배터리 등을 붙여 수출할 예정이다. 이르면 2021년부터 연 11만 대의 보급형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전방위 침투에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최근 '보조금 차별화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는 수입 관세와 물류 비용을 고려해도 현대·기아차 전기차를 압도하는 가격 경쟁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며 "한국산 전기차가 중국에서 보조금 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중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